비상장 바이오벤처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금융당국에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그간 바이오업계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터라, 공모가 산정 및 향후 매출 추정 근거에 관심이 모아진다.

희망 공모가 1만6000~2만1000원…"역대급 할인율"

31일 지아이이노베이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희망 공모가로 주당 1만6000원에서 2만1000원을 제시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IPO를 통해 총 200만주를 공모해 320억~42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가와 상장 후 발행주식 총수를 감안하면 상장 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4600억원이다.

이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1년6개월여 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1년 6월 재무적 투자자(FI)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신주의 발행가액은 주당 3만6200원이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했다"며 "일단 시장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희망 공모가에 적용된 할인율에서도 회사의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났다.

상장 주관사단은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녹십자를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지난해 3분기까지 최근 4분기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2.36배였다.

이를 기반으로 3만5684원을 적정 주당 평가액으로 산출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2024년 추정 순이익 926억원 및 2025년 472억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고 연할인율 30%를 반영한 뒤, 피어그룹의 PER 22.36배를 적용한 것이다. 주관사단은 여기에 다시 41.15~55.16%의 할인율을 반영해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는 2020년 이후 기술성장기업 상장 때 적용된 할인율(하단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평균 할인율은 하단 39.52%, 상단 25.69%였다.

업계에선 "할인율에서 경영진의 상장 의지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아이이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21~22일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24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27~28일 청약을 거쳐 3월 증시에 입성한다.

면역항암제 'GI-101' 내년 기술이전 가정

증권신고서에는 2022년부터 향후 5년 간의 손익 추정치가 담겼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는 임상개발 및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한 기술이전 성공을 가정해 손익을 추정한다.

손익 추정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으로 제시했다.

올해까진 537억원의 적자를 내겠지만 내년 926억원 순이익 흑자를 시작으로 2025년 472억원, 2026년 1252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했다.

여기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2019년 전임상 단계에서 중국 심시어제약에 기술이전한 면역항암 파이프라인(후보물질) 'GI-101'(총 계약 규모 7억9000만달러)과 유한양행에 이전한 알레르기 치료제 'GI-301'(1조4090억원)의 추가 기술이전 전제가 깔려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다른 파이프라인도 여럿 있지만 일단 기술이전 실적이 있는 이들 두 파이프라인의 손익 추정만 적용했다.

GI-101은 심시어 대상 기술이전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 외 글로벌, GI-301은 일본에 대한 기술이전 가능성을 전제로 했다.

특히 GI-101 추가 기술이전 시점은 내년으로 예상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추가 기술이전을 할 경우 계약금(업프론트)으로 1385억원을 예상했고, 2025년 임상 2b·3상에 진입할 경우 824억원의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할 것으로 기대했다.

GI-301은 연내 일본 기술이전을 가정했다. 업프론트는 109억원, 마일스톤은 4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공모를 통해 모은 자금은 현재 진행 중인 GI-101과 GI-301 임상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GI-101 경쟁력은? 美넥타와 직접 비교 '자신'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I-101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2개 단백질을 이어붙인 융합단백질이다.

먼저 CD80 단백질은 면역관문인 CTLA-4를 억제해 면역세포들의 암 공격을 돕는다. 여기에 융합된 인터루킨-2(IL-2) 변이체 단백질은 IL-2와 유사하게 작용해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면역관문억제제와 면역활성제를 하나의 단백질 신약으로 만든 것으로 보면 된다. IL-2 관련 신약이 아직 없다는 점에서 GI-101에 대한 기대가 있다.

임상 3상에 진입해 가장 개발 속도가 빨랐던 넥타테라퓨틱스는 효능 부족으로 IL-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벰펙'의 개발을 중단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증권신고서에서 넥타의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효능 및 제조품질관리(CMC)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경쟁제품으로는 앨커미스의 넴발류킨알파, 사노피의 'SAR444245' 등이 꼽힌다. 모두 IL-2에 변형을 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 상태의 IL-2는 체내에서 반감기가 짧다. 때문에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했다.

앨커미스는 임상 1·2상에서 키트루다와 병용해 투약 환자 중 59%에서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안전병변(SD)을 확인했다. 객관적반응률(ORR)은 8%에 그쳤다.

사노피는 IL-2 기반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임상 2상을 중단했다. 용량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임상 1·2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GI-101이 면역관문 CTLA-4를 억제하고, IL-2를 통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면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이 준수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재영/이우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