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시장 한 발 늦게 뛰어든 릴리 표적항암제 신약,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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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의 글로벌워치]'자이피르카' FDA 신속승인
3차 치료제지만 효능 우수
3차 치료제지만 효능 우수
동일 표적의 경쟁약이 3개나 나온 외투세포림프종(MCL) 시장에 뒤늦게 참전한 일라이 릴리의 신약 '자이피르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쟁약은 2차 치료제인 반면, 자이피르카는 이보다 늦은 3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아 시장 경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에도, 작용 기전이 다른데다 임상 결과가 좋기에 기대해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릴리의 자이피르카는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은 표적항암제다. 성분은 BTK 억제제인 '피트로브루티닙'이다. 한 달 치 약가는 2만1000달러(약 2582만원)다.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BTK 억제제로는 애브비와 얀센의 ‘임브루비카’,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 베이진의 ‘브루킨사’ 등 3개가 있다. 자이피르카는 FDA 승인을 받은 네 번째 BTK 억제제가 된다. 임브루비카, 칼퀀스, 브루킨사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해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BTK억제제란 ‘브루톤스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의 줄임말이다. 면역세포 중 한 종류인 B세포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경로 초기에 있는 단백질인 BTK를 억제한다. 즉,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약이다.
자이피르카는 작용기전이 앞서 승인 받은 세 약과 다르다. 임브루비카와 칼퀀스, 브루퀸사는 이 BTK에 '공유결합'으로 결합해 억제하는 반면, 자이피르카는 '비공유결합'으로 결합해 억제한다. 릴리 관계자는 “작용기전이 앞서 승인된 약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BTK 억제제를 받고 재발한 환자에게도 자이피르카를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FDA가 자이피르카를 신속승인하는 데 근거가 된 임상 1/2상 결과를 보면, 공유결합 BTK 억제제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 50%, 완전관해 13%를 기록했다. 반응지속기간(DOR)은 8.3개월이었다. 앞서 BTK억제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 2명 중 1명에게 자이피르카가 효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제약업계는 이 부분은 자이피르카가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순번'이 밀리는 상황에서 작용기전마저 같으면 순번이 와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A라는 항생제가 듣지 않은 환자에게 A 항생제를 또 처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임브루비카와 칼퀀스, 브루킨사 모두 외투세포림프종의 2차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은 반면, 자이피르카는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3차 치료제라는 점은 당분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차 치료를 받는 환자보다 3차 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1~9월 동안 판매된 BTK 억제제는 53억1050만 달러(약 6조5287억)였다. 같은 기간 임브루비카는 34억5300만 달러, 칼퀀스는 14억6900만 달러, 브루킨사는 3억8850만 달러 어치가 판매됐다. 자이피르카는 앞선 약들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
릴리는 FDA가 요구하는 확증시험인 임상 3상(BRUIN MCL-321)을 통해 자이피르카의 효능을 재입증하는 동시에 2차 치료제로 격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상 3상은 앞선 임상 1/2상과 달리 이전에 한 차례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위한 2차 치료제로 자이피르카를 투여할 수 있도록 시험을 설계했다.
릴리는 외포세포림프종 대비 환자 수가 약 2배 많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을 대상으로도 자이피르카가 처방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약 임브루비카, 칼퀀스, 브루킨사는 CLL을 적응증으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릴리의 자이피르카는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은 표적항암제다. 성분은 BTK 억제제인 '피트로브루티닙'이다. 한 달 치 약가는 2만1000달러(약 2582만원)다.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BTK 억제제로는 애브비와 얀센의 ‘임브루비카’,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 베이진의 ‘브루킨사’ 등 3개가 있다. 자이피르카는 FDA 승인을 받은 네 번째 BTK 억제제가 된다. 임브루비카, 칼퀀스, 브루킨사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해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BTK억제제란 ‘브루톤스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의 줄임말이다. 면역세포 중 한 종류인 B세포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경로 초기에 있는 단백질인 BTK를 억제한다. 즉,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약이다.
자이피르카는 작용기전이 앞서 승인 받은 세 약과 다르다. 임브루비카와 칼퀀스, 브루퀸사는 이 BTK에 '공유결합'으로 결합해 억제하는 반면, 자이피르카는 '비공유결합'으로 결합해 억제한다. 릴리 관계자는 “작용기전이 앞서 승인된 약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BTK 억제제를 받고 재발한 환자에게도 자이피르카를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FDA가 자이피르카를 신속승인하는 데 근거가 된 임상 1/2상 결과를 보면, 공유결합 BTK 억제제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 50%, 완전관해 13%를 기록했다. 반응지속기간(DOR)은 8.3개월이었다. 앞서 BTK억제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 2명 중 1명에게 자이피르카가 효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제약업계는 이 부분은 자이피르카가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순번'이 밀리는 상황에서 작용기전마저 같으면 순번이 와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A라는 항생제가 듣지 않은 환자에게 A 항생제를 또 처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임브루비카와 칼퀀스, 브루킨사 모두 외투세포림프종의 2차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은 반면, 자이피르카는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3차 치료제라는 점은 당분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차 치료를 받는 환자보다 3차 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1~9월 동안 판매된 BTK 억제제는 53억1050만 달러(약 6조5287억)였다. 같은 기간 임브루비카는 34억5300만 달러, 칼퀀스는 14억6900만 달러, 브루킨사는 3억8850만 달러 어치가 판매됐다. 자이피르카는 앞선 약들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
릴리는 FDA가 요구하는 확증시험인 임상 3상(BRUIN MCL-321)을 통해 자이피르카의 효능을 재입증하는 동시에 2차 치료제로 격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상 3상은 앞선 임상 1/2상과 달리 이전에 한 차례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위한 2차 치료제로 자이피르카를 투여할 수 있도록 시험을 설계했다.
릴리는 외포세포림프종 대비 환자 수가 약 2배 많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을 대상으로도 자이피르카가 처방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약 임브루비카, 칼퀀스, 브루킨사는 CLL을 적응증으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