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하청노조의 사용자? 법원이 할 일 vs 국회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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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이슈 서핑'
조상욱 변호사의 '이슈 서핑'

대상 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설, 즉 Δ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Δ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다면 Δ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같은 입장에 근거한 2021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중앙 2021부노14)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 예상을 뒤집었다. 40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왜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판결문을 읽으며, 또 대상 판결이 불러온 논의와 파장을 유심히 지켜 보면서 기업을 자문하는 노동변호사로서 자연스럽게 여러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중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선, 대상 판결 이후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 논의의 장에서,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또 노사 교섭 현장에서 더욱 가열차게 그리고 복잡한 양상으로 의견 대립이 일고 대결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현행법 하에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근로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단체교섭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주류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법원이 실질적 지배력을 매개로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대상 판결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동종 사건(2018다296229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이에 더해, 2022년 12월에는 Δ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단체교섭권은 인정되지만 Δ하청 근로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중노위 판정까지 내려져 앞으로 법원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중앙 2022부노139). 이로써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3가지 입장이 정립하는 형국이 되었는데, 장차 이들 입장이 수렴되고 정리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더 빈번해질 것인데, 올바른 대응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그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단순히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 사실과 함께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대상 판결의 기본적 접근법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다.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 문제를 '합헌적 법률해석(合憲的 法律解釋)'이라는 미명 하에 법원이 너무 과감하게(?) 해결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합헌적 법률해석으로 해결될 문제와 입법으로 해결될 문제 사이의 경계는 분명한 것이 아니다. 지금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이 논의되는 상황 그 자체가 그 점을 보여준다.
또한 합헌적 법률해석은 남용되는 경우 체계 정합성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 하청이 복수이고 하청 근로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도 복수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청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면 이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현행 노동조합법이 예상하지 못하던 문제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이 밖에 기존에 확립된 노사 관행상 신뢰를 침해하고 사적 자치를 침해할 위험이 커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제3부)에서 나온 쏘카 드라이버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취하는 접근 방법을 한번 상기할 필요가 하다(2020구합70229 판결).
이 판결은 Δ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하여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Δ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기존 법인격 법리 등에 따른 한계가 존재하며, Δ아울러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그 결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한 규제는 별도의 입법을 통하여 또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대상 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성이 아니라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니 쏘카 드라이브 판결상 접근방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Δ직접 근로관계가 없는 당사자의 노동법상 의무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점, Δ체계 적합성, 신뢰 보호, 사적 자치 존중이 문제되며 Δ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와 사법부가 해결할 문제를 구별해야 하는 점에서 두 사안은 다르지 않다. 쏘카 드라이버 판결의 접근 방법은 하청 노조 단체교섭권에 관한 판단에서도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