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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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문대 졸업 유학생들
귀국 대신 현지 취업 갈수록 늘어
빅테크 고연봉 제시에 속수무책
2030 세대 성향 수용하고
교육 개혁·기업문화 혁신 해야
인재 유출, 산업공동화 저지
조일훈 논설실장
귀국 대신 현지 취업 갈수록 늘어
빅테크 고연봉 제시에 속수무책
2030 세대 성향 수용하고
교육 개혁·기업문화 혁신 해야
인재 유출, 산업공동화 저지
조일훈 논설실장
해외 유학생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현실과 의과대학을 가기 위한 서울대 공대생들의 자퇴 행렬, 대기업 중도 퇴사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것과 SK텔레콤이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한 것은 모두 하나의 세태로 겹친다. 높은 보수와 안락한 생활을 중시하는 현세적 가치관의 득세다. 이것은 청년들을 향한 개탄도, 비난도 아닌 기성세대로선 처음 경험하는 선진국형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일 뿐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돈으로 살 수 있는 즐거움이 다양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난다. 반면 직장이나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동료와의 연대 의식은 저절로 약해진다. 한국의 2030은 단군 이후 최대 부자들인 5060을 부모 세대로 두고 있다. 전쟁을 모르고 외환위기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모든 기회를 향유하되,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이나 부채 의식은 약하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연간 20만 명 안팎의 유학생을 두고 있다. 매년 일정 인구가 나가고 들어오는 구조다. 취업 등을 통해 외국에 눌러앉는 사람들 통계는 별도로 없다. 귀국 기한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숫자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유학 보낸 자녀가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는 소식은 주변에 부지기수다. 부모들도 대개 뿌듯해한다. 이런 실태를 가장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해외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실무자들이다. 임금 격차가 워낙 커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해외 명문대 졸업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에도 귀한 인재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곳에서 연봉 30만달러(주식 보수 포함)는 고액 연봉으로 쳐주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두 개 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면 30대 초반에도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요즘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는 입사 첫해 50만달러를 받기도 한다.
국내 어떤 기업도 이 정도의 급여는 주기 어렵다. 금액보다는 기존 인력과의 형평성, 연공서열, 배타적 조직문화 등이 더 큰 걸림돌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대기업과 미국 대기업 간 인건비는 100 대 150 정도였다. 이 정도의 격차에선 설득이 가능했다. 유학생에게도 가족과의 분리, 해외 거주에 따른 불편, 외국어 능력 등의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100 대 300이다.
의대 열풍도 비슷한 이유로 막을 길이 없다. 공부 기간이 길고 수련의 과정이 힘들지만 일단 의사가 되는 순간 억대 연봉으로 시작한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의사들은 비슷한 또래 직장인보다 서너 배를 벌곤 한다. 장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힘든 직장생활을 하기보다는 평생 고소득과 전문직이 약속된 의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실, 20년 안팎을 기다려 초급 임원이 되고 다시 10년 정도를 견뎌 경영진이 되는 것은 무척 험난하고 고될 뿐만 아니라 확률적으로도 희박한 일이다.
기성세대는 고도성장기에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을 삶의 의미와 보람으로 삼았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해외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태도와 가치관은 다르다. 5060의 덕목이었던 은근과 끈기 대신 디지털 세대의 자유로움과 민첩성을 갖고 있다. 중앙집권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에 생래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 취업은 조국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민의 상징성을 획득하는 코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산업 생태계가 이런 청년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온 인재경영은 애초에 글러먹은 일이다. 떠나는 자국 인재도 잡지 못하는 판에 이민청 만든다고 해외 고급 두뇌를 유치할 수 있겠나. 청년 인구가 줄어들수록, 성미가 더 까다로워질수록 그들을 더욱 귀하게 아끼고 키우는 방향으로 국가 교육과 기업 문화, 보수 체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당장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핵심기술 인력 부족은 구조적이고 추세적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최고의 급여와 산업생태계를 앞세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을 쓸어 담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사업을 못 하는 세상이다. 챗GPT가 제아무리 진화를 거듭해도 첨단 분야의 인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 인력 유출이 일어나면 우리 산업계의 청년 공동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 해 출생아 수가 20만여 명에 불과한 나라에서 젊은 고급 두뇌를 매년 1만 명씩 잃는다고 생각해 보라. 1만 명이라는 추정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기업의 인사팀장은 “직접 한번 나가보시라”고 잘랐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연간 20만 명 안팎의 유학생을 두고 있다. 매년 일정 인구가 나가고 들어오는 구조다. 취업 등을 통해 외국에 눌러앉는 사람들 통계는 별도로 없다. 귀국 기한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숫자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유학 보낸 자녀가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는 소식은 주변에 부지기수다. 부모들도 대개 뿌듯해한다. 이런 실태를 가장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해외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실무자들이다. 임금 격차가 워낙 커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해외 명문대 졸업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에도 귀한 인재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곳에서 연봉 30만달러(주식 보수 포함)는 고액 연봉으로 쳐주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두 개 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면 30대 초반에도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요즘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는 입사 첫해 50만달러를 받기도 한다.
국내 어떤 기업도 이 정도의 급여는 주기 어렵다. 금액보다는 기존 인력과의 형평성, 연공서열, 배타적 조직문화 등이 더 큰 걸림돌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대기업과 미국 대기업 간 인건비는 100 대 150 정도였다. 이 정도의 격차에선 설득이 가능했다. 유학생에게도 가족과의 분리, 해외 거주에 따른 불편, 외국어 능력 등의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100 대 300이다.
의대 열풍도 비슷한 이유로 막을 길이 없다. 공부 기간이 길고 수련의 과정이 힘들지만 일단 의사가 되는 순간 억대 연봉으로 시작한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의사들은 비슷한 또래 직장인보다 서너 배를 벌곤 한다. 장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힘든 직장생활을 하기보다는 평생 고소득과 전문직이 약속된 의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실, 20년 안팎을 기다려 초급 임원이 되고 다시 10년 정도를 견뎌 경영진이 되는 것은 무척 험난하고 고될 뿐만 아니라 확률적으로도 희박한 일이다.
기성세대는 고도성장기에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을 삶의 의미와 보람으로 삼았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해외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태도와 가치관은 다르다. 5060의 덕목이었던 은근과 끈기 대신 디지털 세대의 자유로움과 민첩성을 갖고 있다. 중앙집권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에 생래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 취업은 조국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민의 상징성을 획득하는 코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산업 생태계가 이런 청년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온 인재경영은 애초에 글러먹은 일이다. 떠나는 자국 인재도 잡지 못하는 판에 이민청 만든다고 해외 고급 두뇌를 유치할 수 있겠나. 청년 인구가 줄어들수록, 성미가 더 까다로워질수록 그들을 더욱 귀하게 아끼고 키우는 방향으로 국가 교육과 기업 문화, 보수 체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당장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핵심기술 인력 부족은 구조적이고 추세적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최고의 급여와 산업생태계를 앞세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을 쓸어 담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사업을 못 하는 세상이다. 챗GPT가 제아무리 진화를 거듭해도 첨단 분야의 인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 인력 유출이 일어나면 우리 산업계의 청년 공동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 해 출생아 수가 20만여 명에 불과한 나라에서 젊은 고급 두뇌를 매년 1만 명씩 잃는다고 생각해 보라. 1만 명이라는 추정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기업의 인사팀장은 “직접 한번 나가보시라”고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