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대장동에 가려진 정치적 횡재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돕는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즐겨 쓰는 정치적 세계관이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며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기업들의 과도한 불로소득에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난방비 고충을 겪는 시민들에겐 귀가 번쩍 뜨일 얘기일 수 있지만, ‘대장동으로 횡재한 사람이 누군데…’라며 고개를 갸웃할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똑같이 반응했다. 그는 다음날 “국민들은 1조원 가까운 대장동 개발이익을 횡재라 생각한다. 횡재세는 이를 설계한 사람에게 물려야 하고, 그게 바로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

시민은 외려 기회이익 상실

성 의장의 촌평이 나온 날은 이 대표가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 하루 전이었다. 조사 대비로 바빴을 이 대표가 정신적 여유만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반박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민의힘 전신이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 반대로 대장동 공영개발이 가로막혔고, 중단된 사업을 재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그걸 내가 되는 ‘그림’으로 만들었고, 1822억원이란 공익 환수까지 이뤄냈다. 횡재한 것은 내가 아니라 성남시민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은 이 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초지일관 한 말이 있어서다. 바로 자신은 대장동 개발로 사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으며, 가만히 뒀으면 없었을 공익 가치까지 창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先)이자 떼듯이 1822억원의 성남시 확정 이익만 챙기고, 택지개발·주택분양 이익 등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7886억원의 특혜를 준 것이 과연 성남시민에게 횡재가 됐을까. 대장동 지주들로부터 땅을 싼값에 사들여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민관합동개발 구조까지 만든 것도 시민들의 이익을 뺏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에게 적용되고 있는 대장동 관련 혐의는 배임 및 부패방지법 위반이다. 시민에게 횡재는커녕 이익을 더 얻을 기회를 오히려 없앴다는 것이다.

정치 셈법에 공익 훼손 안 돼

이에 반해 성남시장 시절 무상복지 시리즈 등으로 지역민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을 통해 ‘일 잘하는 리더’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튼튼히 다졌다. 얼마나 고무됐으면, 이 대표는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엔 “시장(리더) 잘 뽑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과거 얘기도 쏟아냈다. 이재명만 한 인물 없다는 지역 여론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결국 이 대표에게 대장동 개발은 가만있는데 굴러들어온 횡재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대표가 치밀하게 고안한 개발사업 틀로 이런 정치적 이득까지 챙겼다. 이는 대장동 일당에게 몰아준 경제적 특혜 이상으로 위험하다. 이런 포퓰리즘이 나라를 더 빠른 속도로 망가뜨릴 수 있어서다.

이 대표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지분 수수 여부에 따른 수뢰 혐의 등은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재산상 이익만 문제 삼는 법정을 넘어, 정치적 인기 같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익을 훼손하는 시도에 우리 사회가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