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베트남 환경규제를 주목해야 할 이유
무역 갈등과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에 중요한 생산지인 베트남에 최근 주목해야 할 변화가 생겼다. 2021년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발효된 환경보호법이 바로 그것이다. 개정된 베트남 환경보호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흥시장으로 산업화에 주력하는 베트남이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세우는 것에 의문을 표할 수도 있지만 사실 베트남은 오랜 시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해왔다. 베트남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비슷한 조건의 좋은 참고 사례가 있다. 중국이다. 중국은 산업화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해 무역 갈등 전까지 수십 년간 쾌속 성장을 달성했으나 그 결과로 환경도 성장세만큼 빠르게 파괴됐다. 지금은 중국도 환경보호에 주력하고 있으나, 환경은 그 성격상 한 번 파괴되면 복원하기 힘들거니와 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간이 걸린다. 중국 내 자연환경 오염은 베트남에는 심각한 경종이 됐다.

환경파괴를 막는 가장 극단적 처방은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 수출에 주력하는 개발도상국 베트남이 현실적으로 생산을 멈출 수 없으니 ‘성장을 하되, 빠른 성장을 하지 않아도 되니 환경파괴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 고민은 필자도 참여한 세계은행의 2015년 보고서 ‘베트남의 녹색성장 전략 2030’에 녹아 있다. 고민의 요지는 성장이 공해라는 외부성을 가져올 때 경제 주체들이 누가 얼마나 그 외부성을 부담해야 할 것인가였다. 1차 산업 비중이 매우 높은 농업국가 베트남의 젖줄인 메콩강이 오염되는 상황은 현지에서 주요 뉴스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개정 환경보호법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정책 결정으로 생각된다.

개정법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성격을 띠고 있으며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환경보호 정책이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엄격해지며 환경영향평가 또한 세부 사항까지 규정하는 등 더 세밀해졌다. 특히 기업은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업 규모, 환경을 이용하는 정도와 환경 민감도에 따라 4그룹으로 분류돼 해당하는 환경영향평가 사항을 시행해야 한다.

환경은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을 포함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법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한 공시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요구한다. 최근 사회적 환경과 관련한 굵직한 제도 변화가 있으니 이미 진출한 기업과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은 정책 변화를 잘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노동법이 개정돼 2021년부터 발효됐다. 근로자 초과 근무시간을 비롯한 변경된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개정된 법적 내용 외에도 산업안전 준수, 근로환경 정비, 직장 내 다양성 및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시작되고 나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증대됐으며 한국과도 경제적으로 관계가 가까워졌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양자 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동시에 우리가 가입한 주요 다자 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참여국이기도 하다. 모쪼록 우리 기업이 주요 제도의 변화를 잘 파악해 글로벌 경영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