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외교부장, 네덜란드 부총리와 통화…"협력 강화하길 원해"
中 외교부 대변인 "각자 이익과 시장원칙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중국, 美반도체 통제 참여 네덜란드에 산업망·공급망 안정 강조(종합)
중국이 미국·일본과 함께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를 향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강조했다.

3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외교부장은 전날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네덜란드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국제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열이 아닌 개방, 혼란이 아닌 질서 정연한 국제 무역환경을 지켜내자"고 덧붙였다.

이날 통화는 네덜란드가 최근 워싱턴DC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일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진행돼 관심을 모은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이번 합의를 통해 ASML과 니콘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차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국은 합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며 각국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국제 소비시장에서 자국이 차지하는 규모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친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현재 질 높은 발전과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은 중국과 네덜란드의 협력에 더 큰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훅스트라 장관은 "양국의 개방적·실무적인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며 "계속해서 책임 있는 방식으로 대중국 경제 무역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네덜란드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가 중국과 네덜란드의 관계에 끼칠 영향을 묻는 말에 양국 외교부장의 통화 내용을 소개한 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별 국가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의적으로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것은 시장의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의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에도 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각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독립적·자주적으로 결정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친강 부장은 30일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친 부장은 "중국은 아르헨티나가 국제 및 지역 업무에서 더 큰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브릭스 구성원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영상회담에서 브릭스 확대를 제안했고, 다른 국가들도 확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브릭스 확대 추진은 미국이 동맹국 등을 규합해 만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 다자 협의체로 대중국 압박과 견제를 강화하자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브릭스 확대와 관련해 아르헨티나·알제리·이란 등은 회원 가입을 신청했고,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터키)·이집트 등도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처음 구성했고, 2010년 남아공이 합류했다.

전 세계 인구의 41%,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 무역의 16%를 차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