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온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적었다. 이어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며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포기하는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유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관련 규정을 바꾸면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여당 안팎에서는 유 전 의원의 불출마가 당대표 경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8% 안팎을 나타내고 있는 유 전 의원에 대한 당원 지지가 김기현, 안철수 의원 중 어느 쪽으로 향할지가 관심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 지지자의 상당수가 20대·수도권 거주자로, 전통 보수 지지층과 다르다”며 “친윤을 표방하는 김 의원보다는 안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대표 선거에 앞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4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가리기로 했다. 최고위원은 8인, 청년 최고위원은 4인을 초과해 후보자가 등록하면 예비 경선을 치른다. 함인경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출마 후보가 적기 때문에 5인은 많다고 생각했고, 과거 전례에 따라 4인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선관위는 오는 2~3일 등록한 후보를 대상으로 5일 자격 심사를 거쳐 예비경선 진출자를 확정한다.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거쳐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출신인 강신업 변호사 등 6명이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의 본선 진출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윤 의원과 조 의원, 황 전 대표, 강 변호사가 나머지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