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보고서…집권 후 6년간 평균 130건씩 집행
경범죄에 '재량선고'…"미성년·외노자·반체제인사 인권침해"
"사우디 사형, 왕세자 득세한 2015년 이후 거의 갑절"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집행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득세 뒤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우디 인권단체 사형집행취소(Reprieve),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 '학살과 거짓말: 무함마드 빈살만의 사형 왕국'을 통해 이 같은 추세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절대군주제 국가인 사우디의 사형 집행은 2015년부터 치솟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2015∼2022년(2020∼2021년 제외) 연평균 사형집행은 129.5건으로 2010∼2014년 70.8건과 비교할 때 82% 높았다.

사우디는 2020년, 2021년에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당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돼 미국과 관계가 급경색된 시기였다.

사우디의 사형집행 급증 추세는 국제사회의 불편한 시선 속에서도 누그러질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한 해에 이뤄진 사형집행은 확인된 수치만 147건이며 작년 3월 12일에는 하루에 81명이 처형된 적도 있었다.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집권기는 사우디 최근 역사에서 전례 없는 유혈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2015년 1월 즉위하자 고령의 부친을 도와 사우디를 사실상 실제로 통치하는 권력자가 됐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광범위한 범죄에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법관이 범죄와 형량을 결정할 권한을 지닌다.

보고서는 성문화되지 않은 범죄 혐의에 대한 법관의 재량권을 사형집행 급증의 배경으로 주목했다.

사형집행의 증가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별도의 인권침해 의혹도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미성년자, 여성, 외국인 피고인과 경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이 계속되면서 극악한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사형집행은 차별과 부정 투성이"라며 "사우디 정권은 국제사회에 사형집행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2020년 미성년자 사형, 2021년 가벼운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처형된 이들 중에는 사우디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수가 많아 외국인이 차별을 받는 정황도 나타났다.

나아가 사우디의 사형제가 권위주의 철권통치를 유지하는 데 악용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형제는 살인죄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살인이 아닌 혐의에 일상적으로 적용돼 반체제인사와 시위자의 입을 막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형이 이뤄진 사건에서 공정하지 않은 재판과 고문은 고질적 문제"라며 "고문을 당한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 피고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형집행을 피고인의 가족에게 알리지 않거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등 반인륜적인 사례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유엔은 성문화되지 않은 범죄에 재량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행위를 자의적이고 불법이라고 밝힌다"며 재량에 따른 사우디의 사형선고가 국제사회의 규범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