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던 천연가스 가격이 모처럼 반등했다. 유럽 겨울 날씨가 추워질 것이란 예상이 가격 하락세를 막았다. 천연가스 가격이 올 하반기에 오르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가격 급등세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3월물 가격은 백만Btu(열량 단위) 전일 대비 0.26% 오른 2.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6.04% 급락했던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 가스 수요가 많은 겨울철임에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달 40%나 급락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천연가스의 지난달 가격 하락률은 2001년 1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

1월 가격 하락의 원인은 따뜻한 날씨였다.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인프라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겨울 기온은 평년보다 화씨 4.5도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100년 중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프리포트의 LNG 시설 화재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용량이 20% 줄어드는 가운데 가스 재고가 쌓인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프리포트는 최근 시설 가동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는 지난달 20일 기준 2조7290억입방피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70억입방피트 늘었다.
하락세였던 천연가스 가격 숨고르기…반등 가능성은 [원자재 포커스]
겨울이 지나는 올 4월부터는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영국 투자업체인 써드브릿지의 피터 맥낼리 산업소재·에너지 부문 책임자는 “재고가 안정적인 수준에 접어들면서 지난달 천연가스 가격이 매우 크게 하락했다”며 “봄엔 가스 수요가 줄겠지만 공급도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선 가격 반등세가 뚜렷했다. 31일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으로 통용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3월물)의 MWh 당 가격은 전일 대비 4.69% 오른 57.700유로를 기록했다. 장중 이 가격은 60유로를 웃돌기도 했다.

온화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의 다음 주 기온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가스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우주기술업체인 맥사테크놀로지스는 기상예보에서 “북유럽과 중부 유럽에서 기온 하락이 뚜렷하다”며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을 포함한 주요 대도시의 기온은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금융기업인 ING는 TTF 천연가스의 평균 가격이 올 상반기 60~65유로에 머문 뒤 하반기 80유로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격보다는 전망치를 높게 잡았지만 가스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워런 패터슨 ING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넉넉한 재고 상황은 유럽이 내년 겨울 상황을 낙관하게 만들고 있다”며 “가격 예상을 높게 잡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ING는 가격 상승을 일으킬 만한 변수로는 러시아산 가스의 전면 공급 중단 가능성과 LNG에 대한 중국 수요 증가 여부를 꼽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