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감산 돌입…주가 바닥 확인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도 '인위적인 감산' 가능성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증권업계는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고 보고 투자의견 매수와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DS 부문 부사장은 "최근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증권업계는 감산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어닝쇼크로 전날 하루 만에 3.6%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 역시 실적 회복 기대가 반영되며 1일 오전 9시 4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8% 가량 오른 6만 2,1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생산설비 재배치와 라인 유지보수 강화, 설비투자 내 R&D 생산여력 확대 등의 실질적 감산이 인위적인 가동률 조정이나 웨이퍼 투입량 감소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올해 메모리 공급과 무관한 EUV, 인프라 등 미래 투자로 책정되어 사실상 연내 반도체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1분기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를 병행하고 있어 향후 메모리 공급축소 효과가 커질 전망"이라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실질적 감산 시행으로 바닥을 확인한 셈으로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삼성전자는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유지보수와 재배치를 진행하고 선단공정 안정을 위한 엔지니어링 런을 늘리기로 했다"며 "이로 인해 단기간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에둘러 표현한 셈"이라면서 "지난 3분기 DS부문 재고자산은 무려 26조 4천억원으로 반도체 분기 매출액을 웃돌 정도로 심각하고, 4분기 낸드 재고평가 손실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량을 지난해 최고점 대비 적어도 D램은 8만장, 낸드는 10만장 정도까지 줄여야 한다"며 "이 정도 감산이 이뤄져야 삼성전자가 언급한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가능하고, 재고도 연말부터 컨트롤 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진단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 또는 재고 조정 등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둔 보고서를 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감산 의지와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실적 발표였다"면서도 "세트 업계의 메모리 재고는 평년 수준으로 회귀했고, 2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은 현금지불 비용에 근접해 업황 바닥 시그널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1분기에도 이어지겠으나, 2분기부터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반도체 재고 수준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다며 "고객사 재고와 공급축소로 하반기부터 수급 개선이 나타나 실적 반등은 오는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재고 조정 등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한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12개월 목표주가를 대체로 유지했다. 유안타증권 9만원, KB투자증권 8만원, 신영증권 7만6천원, NH투자증권 7만2천원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다올투자증권은 주가 조정 시 비중 확대를 추천하고, 지난 10월 제시한 적정주가 6만 9천원에서 목표주가 7만 1천원으로 소폭 상향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