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슬램덩크 챔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슬램덩크 챔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슬램덩크 만화 단행본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1일 만화출판사 대원씨아이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일인 지난달 4일부터 현재까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판매 부수는 약 60만 부로 집계됐다.

대원씨아이는 판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추가 발주한 물량까지 합치면 3월 초에는 100만 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단행본을) 계속 찍고 있는데 수요를 다 못 맞추고 있다"며 "서점에 20만 부씩 보내고 있는데도 동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은 오리지널 31권을 재편집해 내놓은 총 20권짜리 시리즈 만화다. 2018년 처음 출간됐지만,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하면서 최근 들어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니메이션이 입소문을 타면서 과거 슬램덩크 만화책을 빌려 보던 30~40대가 이젠 구매력까지 갖추면서 단행본 판매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일본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만화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북산고와 산왕공고 간 경기를 중심으로 다뤘다. 또한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4일 개봉한 뒤 2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현재는 200만 명 고지를 목전에 뒀다.

대원씨아이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과 작가 인터뷰 등이 담긴 '슬램덩크 리소스'도 이달 발매할 예정이다. '슬램덩크 리소스'는 아직 예약판매 단계지만 지난달 4주 차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슬램덩크 돌풍은 일본 매체들에서도 주목하는 등 일본 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일본 교토통신은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인들이 성장해 30~40대가 됐다"며 "이들에게 슬램덩크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나카 미란 일본인 작가는 일본 온라인 매체 겐다이 비즈니스에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슬램덩크'가 단순히 스포츠 정신이 아닌 그 이상의 깊은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시간이 흘러 함께 청춘 시절의 추억에 젖어 든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양국의 동 세대를 잇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의 '노재팬'(일본 불매) 운동이 끝난 것 같다는 해석과 함께 노재팬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슬램덩크에는 호의적이라고 평가하는 매체도 나왔다. 일본 민영 방송사 TBS는 "노재팬 운동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도 '고민했지만, 너무 의미 있는 만화라 안 볼 수가 없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