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Tergase)’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2일 테르가제의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한 후 약 두 달만이다.테르가제는 알테오젠이 개발한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단독제품이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에도 사용된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현재 히알루론산 필러의 부작용 치료나 안과 수술 보조제, 통증 완화 등에 사용된다.알테오젠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동물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제품만이 있다. 이 제품들은 소나 양의 장기로부터 히알루로니다제를 추출해 생산한다. 대부분 순도가 낮다고 했다. 테르가제는 단백질 재조합을 통해 생산해 순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적은 양을 사용해도 효과가 나타나고, 면역원성이나 기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임상시험 결과를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약물량을 4~20배 많이 피내 투여한 경우에도 더 낮은 주사 주위 부작용(IRS)이 나타났다고 했다. 알테오젠은 이 결과를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기술수출한 글로벌 협력사 및 예비 협력사들과 공유할 예정이다.회사는 높은 생산성으로 테르가제가 기존 동물 유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연내 품목허가를 받아 국내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테르가제의 시중 판매는 지난해 12월 체결한 산도스와의 기술이전 계약과 함께 알테오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해외 생산 공장에서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의 상업화 규모 시험생산(PPQ)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기술이전한 해외 협력사의 상업화를 위해 필수적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올해 지속형 성장호르몬제인 ‘ALT-P1’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바이오벤처 웰마커바이오가 미국 머크(MSD)와 항암제 공동 임상에 나선다. 웰마커바이오의 폐암 치료 후보물질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암제인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는 임상이다.웰마커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WM-A1-3389)를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요법으로 국내 임상 1상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신청을 했고, 상반기에 허가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MSD가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 후보물질을 키트루다 병용 파트너로 삼은 일곱 번째 사례다.WM-A1-3389는 아직 동물실험에서만 효능을 확인한 전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이다. MSD가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병용 파트너로 삼은 건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만큼 효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MSD는 웰마커바이오에 키트루다를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키트루다 약값이 환자 한 명당 한 해 1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웰마커바이오는 수십억원의 임상 비용을 아낄 수 있다.웰마커바이오는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진동훈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부교수(사진)가 2016년 창업했다. MSD가 WM-A1-3389를 병용 파트너로 낙점한 건 키트루다의 치료 범위와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키트루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암제지만, 특정 단백질(PD-L1)이 발현되지 않았거나 발현율이 낮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는 반응률이 20~30%로 낮다. 웰마커바이오는 키트루다가 잘 듣지 않는 환자에게 높은 비율로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의 역할을 차단하는 게 WM-A1-3389다.진 대표는 “전임상에서 병용 투여 효능을 확인한 만큼 임상 1상에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웰마커바이오는 병용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 수출도 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1호 스핀오프’(분사) 바이오벤처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국내 액체생검 진단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질환 진단 등을 대행해주는 현지 실험실에 제품을 공급하고, 유수 병원과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세계 1위인 미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싸이토젠 “美 발판으로 본격 성장”7일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는 인터뷰에서 “클리아랩(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 인수를 계기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미국에 둘 것”이라며 “클리아랩 추가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싸이토젠은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몸속을 돌아다니는 순환종양세포(CTC)를 훼손 없이 걸러내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액체생검 장비를 공급하며 미국 진출의 첫발을 뗐다. 올 1월에는 14개월간 공들인 끝에 미국 텍사스의 클리아랩을 95억원에 인수했다. 클리아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검사 정확도와 신뢰성을 인증받은 실험실을 뜻한다.전 대표는 “인수한 클리아랩은 미국 100여 곳 병원 및 의료기관과 협업하고 있다”며 “미국 병리학회(CAP) 인증도 받아 현지 제약사들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했다. 싸이토젠은 암 진단뿐만 아니라 최적의 항암제를 찾아주는 동반진단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연평균 50%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싸이토젠은 클리아랩에 미국 현지 전문가를 추가로 채용하고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전 대표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등 국내 바이오 기업 3~4곳과 협업해 서비스도 확장할 예정”이라며 “뉴욕,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클리아랩을 추가로 사들여 사업을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액체생검 바이오마커 연구도 활발클리아랩을 통하면 FDA의 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진단제품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국내 액체생검 기업들이 현지 클리아랩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랩지노믹스도 미국 동부와 서부에 한 곳씩 총 두 곳의 클리아랩을 인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클리아랩 중에서도 연매출 500억~1000억원 규모의 실험실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미국 세인트존스 암 연구소(SJCI)와 손잡고 액체생검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DGC가 개발한 액체생검 진단기술 ‘온코캐치-E’를 피부암인 흑색종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폐암 등 10대 암에 대한 임상시험도 할 계획이다.액체생검 시장의 전망은 밝다. 몸속 조직을 떼어내 암을 검사하는 기존 조직검사는 비싼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액체생검은 혈액으로 간편하게 발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액체생검을 기반으로 한 암 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싸이토젠은 혈액 속을 돌아다녀 전이암의 원인이 되는 CTC를 분석해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게 목표다. 전 대표는 “아직까지 전이암 바이오마커를 잡아낸 사례는 없다”며 “살아있는 CTC 분리가 전제가 돼야 가능한 일인 만큼 현재 국내 연구자들과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액체생검 시장은 2020년 11억달러에서 2027년 38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