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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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번주 토요일 여는 대정부 장외투쟁 집회와 시민단체 주최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두 행사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두 집회의 참여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는 점에서 장외투쟁에 참여하는 민주당 의원 및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윤석열 퇴진'을 외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숭례문 앞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정권 규탄대회'를 연다. 행사는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45분까지 진행된다. 민주당의 집결 장소는 서울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숭례문 방향 도로(주한 볼리비아 대사관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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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이 장소는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작년 8월을 시작으로 매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다. 4일에도 촛불행동은 오후 5시부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25차 촛불대행진'을 개최한다. 촛불행동은 작년 8월 1차 집회를 시작으로 24차례의 '촛불대행진'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이 검찰을 규탄하는 장외투쟁에 참여한 지지자들이 자연스레 윤 대통령 퇴진 집회로 합류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요구하기에 부담되는 윤 대통령 퇴진 요구를 규탄대회 참여자들의 인파를 빌려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공시적으로 두 행사가 무관하다지만 당 집회의 예정 종료 시각 15분뒤에 바로 옆에서 퇴진 집회가 열린다"며 "수십년동안 집회에 참여한 입장에서 이번 행사처럼 여러 연사의 연설이 예정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10분 이상 종료가 지연될 가능성이 넘는데, 이 경우 두 집회는 사실상 동일한 행사처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3년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여자들이 "국정조사 정상화"를 외친 뒤 , 인근에서 시민단체가 신고한 촛불집회에 합류해 두 행사 모두에 참여하는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일부 의원들도 두 행사 모두에 참여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1일 17개 시도당위원장에게 발송한 공문 캡처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1일 17개 시도당위원장에게 발송한 공문 캡처
민주당 역시 두 행사가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일 각 지역 시도당에 발송한 공문을 보면 민주당은 집회 집결 장소를 지도에 표기하면서 촛불행동 측의 집결 장소도 명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촛불전환의 집회는 민주당 규탄대회와는 별도의 행사로, 당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번 집회에서 대대적인 인파 동원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당은 지난 1일 각 지역위원회에 통화로 동원해야 할 인파의 '할당량'을 안내했다. 서울시당 소속 지역위원회는 위원장이 의원인 원내 지역위의 경우 100명, 원외 지역위는 50명을 동원해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에는 지역위 당 40명이, 기타 지방은 시도당별로 100명이 지정됐다.

가장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당원이 많은 호남에는 지역별로 최대 200명까지 세부 목표가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직자와 각 의원실 보좌진도 전원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 분위기으로 알려졌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