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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미국 소비자들의 실질 가처분소득의 증가, 통화 긴축이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의 정점 통과 덕분에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리서치 헤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잔 해지우스는 지난달 31일 같은 회사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의 수석 전략가 앨리슨 내이선과의 대담을 통해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을 35%로 보고 있다.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피한다는 기본 관점을 유지하는 데 만족한다”고 밝혔다.

우선 물가 상승세가 임금 상승세보다 빠르게 둔화되면서 실질 가처분소득을 늘릴 것이라고 해지우스는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통화정책 정상화의 영향으로 작년 상반기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이제 재정적인 약세가 끝났다”며 “올해 실질 가처분소득이 3~3.5%의 견조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으로 인한 경제 성장의 지연도 지금이 정점이라는 게 해지우스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대부분의 전략가들과의 가장 큰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일 것”이라며 “골드만삭스의 연구 결과, 금융 상황의 긴축으로 인한 경제 성장의 최대 지연은 평균적으로 2개 분기 이후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경제 성장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물가 하락과 경제 성장이 양립할 수 있느냐는 내이선의 질문에 해지우스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 체계에서 성장률이 추세를 밑돌고 있다면, 성장이 빨라져도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아니다”며 “더 중요한 건 기대되는 물가 하락의 많은 원천이 ‘공짜’라는 점”이라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의 정상화, 임대료의 안정 등 물가를 하락시키는 변수가 경제 성장을 해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또 임금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해지우스는 “노동시장의 과열은 너무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구인하려는 일자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구인 중인 일자리가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약 1000만개 이상으로 약 600만명의 실업자에 비해 많다. 일자리 수의 감소를 통해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고, 이는 실업률의 큰 증가 없이 임금 증가를 보다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해지우스는 평가했다. 이미 작년에 높은 물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크게 튀어오를 가능성이 낮고, Fed의 관심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되는 게 제한적인 코어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지우스는 Fed가 이달, 3월, 5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올려 최종 기준금리가 5~5.25%에 이르고, 이 수준의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고점이 4.75~5%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골드만삭스는 Fed가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내이선이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등 금융환경이 완화되면서 Fed가 긴축 강도를 강화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자, 해지우스는 “Fed가 원하는 수준의 금융 상황은 유동적인 목표”라며 “Fed 관리들이 금융 상황에 대해 불편해했던 작년 여름보다 지금은 완화적인 금융 상황에 더 관대한 것이 분명하다”고 답했다.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성장세가 강하다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내놨다. 해지우스는 “더 나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너무 빠르면, Fed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더 강력한 성장 환경에서 다소 높은 금리는 최악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