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모펀드 시장에서 경쟁하던 가치투자 운용사들이 공모펀드 시장에서 맞붙는다. VIP자산운용, 더제이자산운용 등 주요 사모운용사들이 1호 공모펀드를 출시하면서다. 고액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던 인기 펀드가 일반 투자자에게도 개방되면서 공모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1호 공모펀드 판매 개시

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VIP The First’를 오는 13일부터 300억원 한정으로 주요 증권사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더제이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더제이 더행복코리아’를 설정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들 펀드는 공모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하던 인기 상품이 공모 시장에서 출시된 것은 2019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VIP자산운용는 일반 투자자 모집금액 300억원에 회사 고유자금 3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공모펀드 최초로 손익차등형 구조를 도입했다. 손실 발생시 10% 한도까지 운용사 자기자본이 손실을 먼저 인식하고, 수익이 15% 날 때까지 운용사가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 구조다.

예컨대 펀드에서 10% 손실이 나면 고객은 손실이 없고, 20% 손실이 나면 고객은 10% 손실만 난다. 다만 수익이 15%를 초과하면 초과 수익분에 대해서는 고객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 수익 초과분의 65%는 고객이, 35%는 운용사가 가져가도록 했다.

고객에게 유리한 대신에 만기인 2024년 12월까지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패쇄형으로 출시된다. 펀드 형태는 7개 사모펀드를 균등 비중으로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다.

◆VIP펀드, 손익차등 구조

더제이자산운용은 대표 사모펀드의 ‘1등기업’ 투자원칙을 공모펀드에서도 구현했다. 단순한 재무제표보다는 사업 모델, 주가순자산비율(PBR)보다는 주가수익비율(PER), 이익 규모보다는 이익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장기 투자 종목을 골랐다.

포트폴리오는 성장주와 가치주 두 축으로 구성했다. 성장주는 기술혁명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도체, 배터리, 인터넷 플랫폼 기업 위주로 투자한다. 가치주는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돼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VIP자산운용은 서울대 투자동아리 SMIC 출신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이끌고 있다. 더제이자산운용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간판 매니저 출신인 최광욱 대표가 운용을 맡고 있다. 2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절대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집중해 ‘밸류트랩’에 빠졌던 1세대 가치투자의 약점을 보완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VIP자산운용의 ‘VIP딥밸류’ 사모펀드는 2020년 3월 설정일부터 작년 말까지 누적 수익률 248%를 기록했다. 더제이자산운용의 대표 사모펀드인 ‘더제이포커스1호’와 ‘더제이파트너롱숏1호’는 2016년 11월 설정 이후 작년 말까지 각각 60%, 135%의 수익을 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