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이 출시 3개월 만에 약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약 출시 직후 거둔 매출로는 높은 수준이다. 국산 신약이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 항암 신약, 美 매출 석달만에 1000만弗
1일 미국 바이오기업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의 지난해 4분기 미국 매출은 약 1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다. 톰 리가 스펙트럼 최고경영자(CEO)는 “롤베돈이 출시 초기부터 시장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롤베돈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다. 호중구는 혈액 내 세균과 싸우는 역할을 한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암 환자는 호중구 감소 부작용을 겪는다. 롤베돈은 중증 호중구감소증 치료·예방 목적으로 지난해 9월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항암 분야 신약이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제약업계는 롤베돈의 출시 초기 매출 성과가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치료 분야(적응증)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는 출시 직후인 2020년 3분기 매출이 32억원이었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사인 암젠의 ‘뉴라티스’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롤베돈이 후발 주자로 진출해 성과를 낸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스펙트럼이 공식 실적 발표 전에 롤베돈 매출 추정치를 따로 공개한 건 초기 성과에 그만큼 고무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투자업계는 올해 롤베돈의 미국 매출을 약 60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약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롤베돈에 적용된 약효 지속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후속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