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생의 과업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완주' 이제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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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국내 첫 교향곡 46편 전곡 도전
2020년 10회 시리즈로 기획
코로나로 2회 만에 중단
"오케스트라 존폐까지 고민"
2년 기다림 끝에 작년 재개
8일 롯데콘서트홀서 대단원
"韓대표 챔버오케스트라이자
'모차르트 잘하는 악단' 명성"
국내 첫 교향곡 46편 전곡 도전
2020년 10회 시리즈로 기획
코로나로 2회 만에 중단
"오케스트라 존폐까지 고민"
2년 기다림 끝에 작년 재개
8일 롯데콘서트홀서 대단원
"韓대표 챔버오케스트라이자
'모차르트 잘하는 악단' 명성"
한국 실내악을 대표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3년간 공들인 기획이었다. 국내 최초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46편 전곡을 연주하는 시리즈. 김민 KCO 음악감독(81)은 2017년부터 전곡 악보를 구해 연구했고, 지휘자 랠프 고토니를 초빙해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짰다. KCO 창단 55주년과 김 감독 취임 40주년을 맞는 2020년에 교향곡 46편 전곡을 10회로 나눠 협주곡 한 곡씩 넣어 연주하는 일정이었다.
한국 클래식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을 시리즈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시작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암초에 부닥쳤다. 그해 1월 두 번째 공연을 끝으로 나머지 여덟 번의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다행히 공연기획사 인아츠와의 공동 주최로 지난해 3월 2년여 만에 되살아나 11월까지 여섯 차례 공연했고, 오는 5일과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9회와 10회 공연으로 대장정을 마친다.
지난 31일 서울 서초동 KCO 집무실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전곡 완주를 앞둔 감회부터 물었다. “기약 없이 연주회가 미뤄질 때는 암담했습니다. 전곡 해설과 공연 일정을 담은 120여쪽의 책자를 1만부나 찍어 놨는데 무용지물이 돼버렸죠. 악단의 존폐까지 고민했던 시간을 이겨내고 4년여 만에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시리즈는 좌초될 뻔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성숙해진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했다. “모차르트 음악은 마냥 밝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속엔 슬픔과 고통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모차르트 음악을 계속 붙들고 있다 보니 이런 비애가 절실히 와닿았죠. 이후 재개된 연주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들 작품에 담긴 비극적인 요소들을 음악적으로 보다 분명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더라고요.”
김 감독인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과로 KCO의 합주력 향상을 꼽았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KCO는 1965년 첼리스트 고(故) 전봉초 서울대 음대 교수가 현악 전공 학생 16명을 모아 창단한 서울바로크합주단으로 출발했다. 당시 학생이던 김 감독은 2년간 초대 악장을 맡았고, 1980년부터 2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창단 50주년인 2015년에는 KCO로 개명하고 현악 앙상블에서 관악을 포함한 소규모(실내) 관현악단으로 변모했다.
“50년 전통의 현악 파트와 새로 추가된 관악 파트의 앙상블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게 숙제였어요. 각 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려면 함께 무르익어야죠. 투명하고 정교하고 순수한 모차르트 교향곡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앙상블이 안정되고 악단의 색깔도 입혀졌습니다. KCO만의 정체성이 확립된 거죠.”
국내에서 연주되는 모차르트 교향곡은 잘 알려진 25번과 40번, 41번 등 10편도 채 안 된다. 국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 악장을 16년간 지내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27년 동안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한 ‘한국 오케스트라의 산증인’ 김 감독도 46편 중 28편은 처음 연주해 보는 곡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죠. 모차르트에 해박한 음악학자이자 교수인 지휘자 고토니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새로 만난 곡 중 3번과 21번, 33번은 ‘왜 이런 곡이 자주 연주되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들 만큼 매력적이었어요.”
이번 시리즈를 통해 KCO는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악단이 됐다. KCO는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스페셜 갈라’에서 연주하기 까다로운 모차르트 오페라 반주를 맡아 호평받았다. KCO 공연을 자주 봤던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특별히 부탁해 이뤄진 연주였다. KCO가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OP)에 들어가 오페라를 연주한 것은 창단 이래 처음이었다. “시리즈를 통해 쌓인 연주 경험이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38번 ‘프라하‘와 ’돈 조반니‘의 경우처럼 모차르트 교향곡과 오페라는 극적인 선율이나 구조에서 비슷한 측면이 많거든요. 시리즈 중간에 오페라를 연주해보니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앞으로도 제대로 제작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전막 무대가 있다면 자청해서라도 해보고 싶어요.”
KCO는 5일 공연에서는 교향곡 9·12·29·39번과 플루트 협주곡 1번(김유빈 협연), 마지막 8일 공연에서는 교향곡 10·20·30·41번과 피아노 협주곡 23번(조재혁 협연)을 연주한다. “시리즈 전체로는 모차르트가 9세에 쓴 1번 연주로 시작해 최후의 교향곡인 41번으로 끝나요. 46편 모두 개성 있고 다 달라요. 새 곡을 연습하고 연주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은 연주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돼요.”
이번 시리즈 공연 실황은 모두 녹음해 창단 60주년인 2025년에 전집 앨범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제껏 나온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음반들은 모두 스튜디오 녹음이고, 라이브 음반은 세계 최초일 거예요. 기록의 의미가 크죠. 8회까지 녹음을 들어봤는데 진수성찬까진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합니다. 하하. ”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한국 클래식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을 시리즈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시작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암초에 부닥쳤다. 그해 1월 두 번째 공연을 끝으로 나머지 여덟 번의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다행히 공연기획사 인아츠와의 공동 주최로 지난해 3월 2년여 만에 되살아나 11월까지 여섯 차례 공연했고, 오는 5일과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9회와 10회 공연으로 대장정을 마친다.
지난 31일 서울 서초동 KCO 집무실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전곡 완주를 앞둔 감회부터 물었다. “기약 없이 연주회가 미뤄질 때는 암담했습니다. 전곡 해설과 공연 일정을 담은 120여쪽의 책자를 1만부나 찍어 놨는데 무용지물이 돼버렸죠. 악단의 존폐까지 고민했던 시간을 이겨내고 4년여 만에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시리즈는 좌초될 뻔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성숙해진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했다. “모차르트 음악은 마냥 밝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속엔 슬픔과 고통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모차르트 음악을 계속 붙들고 있다 보니 이런 비애가 절실히 와닿았죠. 이후 재개된 연주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들 작품에 담긴 비극적인 요소들을 음악적으로 보다 분명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더라고요.”
김 감독인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과로 KCO의 합주력 향상을 꼽았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KCO는 1965년 첼리스트 고(故) 전봉초 서울대 음대 교수가 현악 전공 학생 16명을 모아 창단한 서울바로크합주단으로 출발했다. 당시 학생이던 김 감독은 2년간 초대 악장을 맡았고, 1980년부터 2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창단 50주년인 2015년에는 KCO로 개명하고 현악 앙상블에서 관악을 포함한 소규모(실내) 관현악단으로 변모했다.
“50년 전통의 현악 파트와 새로 추가된 관악 파트의 앙상블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게 숙제였어요. 각 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려면 함께 무르익어야죠. 투명하고 정교하고 순수한 모차르트 교향곡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앙상블이 안정되고 악단의 색깔도 입혀졌습니다. KCO만의 정체성이 확립된 거죠.”
국내에서 연주되는 모차르트 교향곡은 잘 알려진 25번과 40번, 41번 등 10편도 채 안 된다. 국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 악장을 16년간 지내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27년 동안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한 ‘한국 오케스트라의 산증인’ 김 감독도 46편 중 28편은 처음 연주해 보는 곡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죠. 모차르트에 해박한 음악학자이자 교수인 지휘자 고토니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새로 만난 곡 중 3번과 21번, 33번은 ‘왜 이런 곡이 자주 연주되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들 만큼 매력적이었어요.”
이번 시리즈를 통해 KCO는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악단이 됐다. KCO는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스페셜 갈라’에서 연주하기 까다로운 모차르트 오페라 반주를 맡아 호평받았다. KCO 공연을 자주 봤던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특별히 부탁해 이뤄진 연주였다. KCO가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OP)에 들어가 오페라를 연주한 것은 창단 이래 처음이었다. “시리즈를 통해 쌓인 연주 경험이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38번 ‘프라하‘와 ’돈 조반니‘의 경우처럼 모차르트 교향곡과 오페라는 극적인 선율이나 구조에서 비슷한 측면이 많거든요. 시리즈 중간에 오페라를 연주해보니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앞으로도 제대로 제작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전막 무대가 있다면 자청해서라도 해보고 싶어요.”
KCO는 5일 공연에서는 교향곡 9·12·29·39번과 플루트 협주곡 1번(김유빈 협연), 마지막 8일 공연에서는 교향곡 10·20·30·41번과 피아노 협주곡 23번(조재혁 협연)을 연주한다. “시리즈 전체로는 모차르트가 9세에 쓴 1번 연주로 시작해 최후의 교향곡인 41번으로 끝나요. 46편 모두 개성 있고 다 달라요. 새 곡을 연습하고 연주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은 연주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돼요.”
이번 시리즈 공연 실황은 모두 녹음해 창단 60주년인 2025년에 전집 앨범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제껏 나온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음반들은 모두 스튜디오 녹음이고, 라이브 음반은 세계 최초일 거예요. 기록의 의미가 크죠. 8회까지 녹음을 들어봤는데 진수성찬까진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합니다. 하하. ”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