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택시 기본요금 인상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5분 서울역 택시 승강장(위 사진)과 요금 인상 후인 1일 같은 시간 서울역 택시 승강장 모습. 연합뉴스
중형택시 기본요금 인상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5분 서울역 택시 승강장(위 사진)과 요금 인상 후인 1일 같은 시간 서울역 택시 승강장 모습. 연합뉴스
1일 오전 7시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택시 20여 대가 긴 꼬리를 이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상 금액이 적용된 오전 4시에 출근했다는 택시기사 이모씨(72)는 “출근 후 세 시간 동안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다”며 “평소라면 카카오택시 호출이 이어지는 시간대인데 호출이 없어 택시승강장에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 "요금 비싸 못타겠어요"…택시기사도 "콜 줄었어요" 당황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역 택시승강장에도 택시 10여 대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었다. 한 승객은 택시 요금이 올랐다는 것을 모르고 탔다가 다시 내리기도 했다. 병원 방문을 위해 서울에 온 안모씨(55)는 “모범 택시를 탄 줄 알고 다시 내렸다”며 “요금이 올라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기본 요금이 1000원 오른 첫날 시민들은 출근 시간보다 10~30분 일찍 나와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반면 평소 출근 시간대처럼 분주한 ‘호출’을 기대한 택시기사들은 조용해진 휴대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기사는 요금 인상 후 한두 달은 승객이 크게 줄 것이라며 운행에 나서지 않기도 했다.

이날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 올랐다. 기본 거리는 2㎞에서 1.6㎞로 400m 줄었다.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 기준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비싸졌다. 서울 모범·대형택시도 기본요금이 3㎞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올랐다.

서울 시민들은 생각보다 더 크게 오른 택시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직장인 신모씨(32)는 “평소 서울 종각역에서 신사역에 있는 직장까지 7㎞ 거리를 이동하면서 9000원 정도를 냈는데 오늘은 1만1000원을 냈다”며 “택시요금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택시 호출 앱을 지워버렸다”고 했다. 대학생 홍수민 씨(26)는 “친구들과 모임을 가져도 막차 끊기기 전에 약속 끝내고 집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당분간 손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택시 기피현상이 길어질 경우 실질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13년 동안 법인 택시를 몰고 있는 이모씨(72)는 “요금 인상으로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이 올랐는데 총수입은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염모 기사(68)는 “과거에도 요금이 오르면 2~3개월 동안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며칠 쉰 뒤 다시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조봉민/박시온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