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 국제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33.9% 폭등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에 따른 난방비 부담 증가에 이어 LPG 가격 급등으로 자영업자와 택시업계 등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연료' LPG도 오를 일만 남았다
1일 LPG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이달 프로판과 부탄 국제 가격(CP)을 t당 790달러로 책정했다. 프로판 기준으로 전월(590달러) 대비 200달러(33.9%) 인상했다. 월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에 한파가 찾아온 데다 중국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하면서 LPG 수요가 늘자 아람코가 이례적으로 가격을 대폭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LPG 유통사인 SK가스와 E1은 아람코가 책정한 CP를 기준으로 국내 공급가격을 산정한다. 중동에서 한국까지 운송 시간을 고려하면 CP와 국내 공급가격은 한 달가량 시차가 있다. 이달 CP가 t당 200달러 오르면 다음달 국내 공급가격은 ㎏당 230~250원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SK가스와 E1의 이달 LPG 공급가격(부탄 기준)은 각각 ㎏당 1541.68원, 1542.68원이다.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인 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부터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음달 큰 폭의 LPG 공급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LPG 공급가격이 오르는 것은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아람코 CP가 낮아지면서 이에 연동하는 국내 가격도 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10개월째 떨어지던 LPG값…아람코, t당 200弗 인상
택시·자영업자 이용 '서민연료'…시장 양분한 SK·E1, 고민 깊어져

국내 LPG 가격은 지난해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4월 ㎏당 1850.38원과 1851.38원에 달한 프로판과 부탄 가격은 이달 기준 300원가량 하락했다. 이랬던 LPG 가격이 한 달 새 200원가량 오르면 LPG를 주로 사용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택시업계 등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LPG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휘발유, 경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으로 나뉜다. 프로판은 LNG 배관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가정·상업용 및 산업용 연료로 활용된다. 부탄은 택시 및 1t 트럭 등의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이렇다보니 SK가스와 E1이 국내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부를 의식해 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가격이 바뀌는 휘발유·경유와 달리 LPG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인상 요인이 충분해도 소비자 부담 등을 의식해 가격을 섣불리 올리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정부는 LPG 공급가격은 민간 사업자들이 결정할 문제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LPG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때마다 업계와의 긴급 간담회를 통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더욱이 도시가스 요금 급등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LPG 가격까지 급등하면 정부가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가스와 E1 측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회사 관계자는 “국제 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소비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달 공급가격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