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진, 소액주주 갈등 여파…시선바이오 상장 심사에 '불똥'
유전자 진단업체 파나진이 소액주주와 갈등을 겪으면서 그 여파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상장 심사까지 미치고 있다. 소액주주 측이 김성기 파나진 대표의 아내가 창업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기술을 빼갔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지난해 8월 17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5개월이 넘도록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파나진 소액주주들의 민원이 심사 지체 원인으로 꼽힌다.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한국거래소 등에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파나진의 기술을 빼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파나진 기술로 시선바이오 설립”


파나진은 김 대표가 2001년 설립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김 대표의 아내인 박희경 대표가 파나진에서 연구소장, 진단사업부장 등을 지내다 2012년 설립했다. 2021년 12월 감사보고서 기준 박 대표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지분 4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부의 가족들인 특수관계자들은 10.21%를 보유하고 있다.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파나진의 핵심 기술이 유사한 수준을 넘어 똑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모든 기술이 사실상 파나진의 기술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파나진이 입을 수 있었던 코로나19 진단키트 수혜를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받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파나진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 인공유전자(PNA) 소재 공급을 담당했고,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 판매했다. 시선바이오버티리얼스는 2020년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덕분에 2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1배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파나진 매출은 2배 성장했다.

소액주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한국거래소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파나진의 기술 유사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관계자는 “사실 입증을 위해 파나진과 관련된 10년치 자료를 제출했다”고 했다.

시선바이오 “파나진 기술 적용한 제품 없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파나진 소액주주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파나진 소액주주의 주장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우선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 파나진의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없다고 일축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관계자는 “파나진과 사업영역 및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현재 모든 제품에 파나진 특허나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자체 개발 제품에 적용된 모든 기술은 당사의 사업 추진에 맞춰 특허를 출원했으며, 보유한 특허는 모두 공개돼 있다”고 덧붙였다.

양사 간 발생한 매출은 국내에서 PNA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가 파나진이 유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파나진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4억원, 19억원의 매출을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서 올렸다. 파나진 전제 매출액의 각각 15%, 12%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관계자는 “PNA 소재 합성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파나진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PNA를 공급 가능한 기업은 파나진뿐이었다”며 “현재 PNA 원천 특허가 만료돼 다른 기업들도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파나진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혜를 입을 기회를 시선머티리얼스에 넘겨줬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파나진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을 하지 않은 것은 영업손실인 상태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2020년 2월 파나진은 최근 4사업연도(2016~2019년) 연속 영업손실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바 있다. 2021년 4월에서야 관리종목에서 벗어났다.

파나진 관계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동안 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며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래갈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진단키트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였기에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의로 진단키트 사업을 하지 않은 건 아니며,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경영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