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인텔과 AMD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상 밖의 호실적을 낸 AMD는 하루 만에 주가가 12% 폭등했지만, 인텔은 실망스런 실적을 보이며 시가총액이 AMD에 역전당했다.

1일(현지시간) AMD는 12.6% 오른 84.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AMD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AMD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6% 늘어난 55억99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존 월가 전망치(55억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69센트로 지난해 4분기(92센트)보다는 줄었지만 월가 전망치였던 67센트를 웃돌았다.

올해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되고 있지만 AMD 주가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PC 부문 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크게 성장하면서 감소 폭을 메꾸고 있어서다. AMD는 작년 4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한 17억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PC 부문은 전년대비 51% 줄어든 9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경쟁사인 인텔은 지난달 부진한 작년 4분기 실적을 보이면서 최근 5거래일 동안 주가가 3.23% 하락했다. 인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한 140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월가 전망치인 144억9000만달러를 밑돌았다. EPS는 –23센트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여파가 커지자 인텔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전 직원의 급여를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도 역전됐다. 1일 종가 기준 AMD의 시가총액은 1364억7000만달러, 인텔의 시가총액은 1202억6300만달러로 AMD가 160억 달러 가량 앞서고 있다. 인텔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24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AMD가 1204억4000만달러, 인텔이 1237억8000만달러로 인텔이 소폭 앞서고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현재 반도체 산업은 공급 과잉, 메모리 및 중앙 프로세서와 같은 특정 부품의 가격 하락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AMD는 인텔보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 훨씬 더 낙관적인 전망을 펴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