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 RB-N 시리즈가 적용된 무인 로봇카페 플랫폼. 사진=한경DB
레인보우로보틱스 RB-N 시리즈가 적용된 무인 로봇카페 플랫폼. 사진=한경DB
인공지능(AI), 로봇, 거버넌스 개선, K-드라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

연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주들이다. 대부분 엉덩이가 가벼운 중소형주들이어서, 주가 등락폭이 크고 주기가 짧은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등이 수급 쏠림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7% 뛰었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43억원으로 코스닥 26위다. 씨젠과 위메이드보다 덩치가 커진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시총 순위가 92위(5782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6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의 고속 질주는 국민주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끌었다. 올 1월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589억8208만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점찍은 첫 로봇기업'이란 수식어가 생기면서, 이후로 회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주가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면서, 이 기간 휴림로봇(64.14%), 유진로봇(50.26%), 로보티즈(42.22%), 에브리봇(17.97%) 등도 크게 뛰었다.
최근 3개월 코난테크놀로지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금융
최근 3개월 코난테크놀로지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금융
AI 챗봇인 '챗GPT'의 인기로 관련주도 새해 주요 테마로 급부상했다. 작년 말 출시된 챗GPT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규모 글을 학습해 사람이 쓴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사인 비영리법인 오픈AI(OpenAI)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진 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던 자리에서 챗GPT를 극찬했다는 게 전해지면서 유명세가 더해졌다. 올 들어 코난테크놀로지(275.93%), 비플라이소프트(100.89%), 솔트룩스(73.9%), 마인즈랩(56.32%), 이수페타시스(31.62%) 등이 챗GPT 관련주로 꼽히면서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을 등에 업은 '거버넌스 관련주'도 올들어 부각되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은행주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주친화정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신한지주(20.6%), KB금융(18.35%), 한국금융지주(16.7%) 등이 올들어 급등했다. 임플란트 대장주인 오스템임플란트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를 비롯해,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지분 매집 소식에 34.97% 강세를 나타냈다.

정치 테마주도 뺄 수 없다. 오는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당권 경쟁에 나선 안철수 의원이 잇단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을 때마다 관련 테마주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 위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안기업 안랩의 주가는 올해에만 45.28% 뛰었다.

테마주들은 폭등세를 연출하다가도 가격 부담이 생기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 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 이렇게 변동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은 테마주들 가운데서도 주도주로 확대될 수 있는 종목들을 선별해 가며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 불황기를 제외하면 본래 1월은 그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산발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작년 낙폭이 과대했던 기술주와 성장주에 테마주가 몰려있다"며 "장기 강세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방망이를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탁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실 이사는 "보통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이 지지하면 테마주, 기관이 지지하면 주도주라 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테마주들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고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런 가운데에서도 줃주와의 교집합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관들의 수급이 들어오고 있고 실적 등 숫자로 연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 종목들을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