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만성 B형간염(CHB) 완치제 후보물질 '베피로비르센'이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갔다.

미국 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는 GSK가 베피로비르센의 3상을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오니스는 베피로비르센을 개발해 2019년 GSK에 기술이전했다.

이번 3상은 무작위 배정,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환자도 포함된다. 결과 측정을 위한 예상 최종 데이터 수집일은 2025년 10월 15일이다.

B형간염은 B형간염바이러스(HBV) 감염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간경변 및 간암을 포함한 간 합병증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억9600만명의 CHB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매년 약 90만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CHB를 완치시키는 약은 없다. 현재 상용화된 CHB 치료제는 HBV 복제를 억제하는 데 그친다. 이에 환자는 평생 이 같은 증상 완화제를 복용해야 한다.

베피로비르센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다. HBV 감염 간세포에서 B형간염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다. HBV는 자신을 복제하고 체내 면역체계의 작동을 방해해 질병을 만성화한다.

베피로비르센은 HBV 복제 관련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한다. 이 단백질 발현에 관여하는 리보핵산(RNA)과 결합해서다. 이를 통해 HBV 복제뿐 아니라 복제 단백질 자체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GSK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2b상에서 베피로비르센은 약 30%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베피로비르센은 뉴클레오시드·뉴클레오티드유사체(NA) 치료 또는 비(非) NA치료 CHB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됐다. 그 결과 NA 치료 환자는 16%, 비 NA 치료 환자 중 25%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베피로비르센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국내에서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CHB는 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내 간암 발병 원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베피로비르센 임상에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작업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CHB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뮨메드는 광범위 바이러스 질환 치료물질인 '버피랄리맙(hzVSF-v13)'을 보유하고 있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vi-비멘틴이라는 수용체가 나타난다. hzVSF-v13은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다. 이뮨메드는 hzVSF-v13이 vi-비멘틴에 달라붙으면 감염 세포 내 바이러스의 이동이나 복제가 막힌다는 점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버피랄리맙은 체내 분비 물질을 이용해 부작용과 내성이 적다고도 했다. 현재 국내 5개 병원에서 CHB 임상 2상 중이다.

진매트릭스가 투자한 백시텍은 지난해 말 CHB 치료제 'VTP-300'의 아시아태평양 임상 2b상 첫 번째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 백시텍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분사한 바이오벤처다. T세포를 활성화하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면역항암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해 말 CHB 3세대 예방백신 'CVI-HBV-002'의 국내 임상 1상 투여를 마쳤다. 회사는 CVI-HBV-002가 기존 B형간염 예방백신에 효과가 없는 무반응자군에서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