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 믿고 샀는데"…'먹튀 NFT 프로젝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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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년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부상하면서 다양한 NFT 프로젝트가 생겨났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럴듯한 비전을 내세워 투자금을 모은 뒤 사업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등 이른바 ‘소프트 러그풀’(rug pull)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그풀은 투자금 편취를 목적으로 자금을 모은 뒤 잠적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소프트 러그풀은 외관상은 정상적인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며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에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5월 현대건설은 메타토이드레곤즈와 협력해 '현대건설 75주년 기념 PFP NFT' 750여 개를 발행했다. ‘현대건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입장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프로젝트는 당시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NFT 사업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당초 민팅 안내에는 '추후 로드맵에 따라 홀더(투자자)에게 혜택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8개월째 별다른 사업 진행이 없었고, 문의를 해도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게 투자자들의 얘기다. 투자자와 운영진이 모여 소통하는 디스코드 대화방에는 "운영진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항의성 발언과 환불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투자자 김 모 씨는 "민팅 판매 대금을 기부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 말고는 소식이 없다"며 "대기업, 유망 크립토 기업이라는 이름을 믿고 투자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스튜디오 언오픈드가 만든 NFT 프로젝트 '다바'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11월 선보인 다바는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NFT'로 소개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민팅에서 완판하는 등 유망 NFT로 꼽혔다. NFT 한 개당 0.05이더리움으로 민팅해 원화로 16억~17억원 상당의 NFT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자자들은 언오픈드 측이 1년 가까이 약속된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은 데다 담당 팀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소프트 러그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0대 투자자 A 씨는 "이 NFT에 약 6000만원이 물려 있다"며 "토큰을 지급하기로 한 계획도 흐지부지되고, 게임 출시도 미뤄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오픈드는 "일부 투자자의 주장일뿐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언오픈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경기가 어렵고, 사업 자금이 소진돼 팀을 축소한 것"이라며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다양한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프로젝트 대부분이 민팅 자금, 거래 수수료, 투자금 등 외에 별다른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업 자금이 떨어질 때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혜택을 주지 못하고, NFT 가격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NFT는 가상자산 중에서도 회원권, 증권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각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며 "사업자가 먼저 자체 백서, 로드맵 등에 환불 조건, 약속 이행 등에 대해 상세히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FT 시장에서 러그풀 피해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 보안업체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러그풀·스캠 사기 건수는 356건에 달했다. 2021년 65건에 비해 약 5.4배 늘었다. 이 중 2022년 러그풀 사기 건수는 274건으로 2021년 46건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변호사는 "한차례 유행이 지면서 NFT 러그풀 관련 소송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운영진 신원, 홍보 및 IR 자료, 모집한 자금의 사용처 등 자료를 명확히 확보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러그풀은 투자금 편취를 목적으로 자금을 모은 뒤 잠적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소프트 러그풀은 외관상은 정상적인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며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에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NFT라서 구매했는데…
2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샌드박스네트워크의 PFP NFT(프로필형 NFT)인 메타토이드래곤즈가 협력해 발행한 NFT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프트 러그풀 의혹을 받고 있다.작년 5월 현대건설은 메타토이드레곤즈와 협력해 '현대건설 75주년 기념 PFP NFT' 750여 개를 발행했다. ‘현대건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입장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프로젝트는 당시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NFT 사업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당초 민팅 안내에는 '추후 로드맵에 따라 홀더(투자자)에게 혜택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8개월째 별다른 사업 진행이 없었고, 문의를 해도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게 투자자들의 얘기다. 투자자와 운영진이 모여 소통하는 디스코드 대화방에는 "운영진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항의성 발언과 환불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투자자 김 모 씨는 "민팅 판매 대금을 기부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 말고는 소식이 없다"며 "대기업, 유망 크립토 기업이라는 이름을 믿고 투자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스튜디오 언오픈드가 만든 NFT 프로젝트 '다바'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11월 선보인 다바는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NFT'로 소개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민팅에서 완판하는 등 유망 NFT로 꼽혔다. NFT 한 개당 0.05이더리움으로 민팅해 원화로 16억~17억원 상당의 NFT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자자들은 언오픈드 측이 1년 가까이 약속된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은 데다 담당 팀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소프트 러그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0대 투자자 A 씨는 "이 NFT에 약 6000만원이 물려 있다"며 "토큰을 지급하기로 한 계획도 흐지부지되고, 게임 출시도 미뤄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오픈드는 "일부 투자자의 주장일뿐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언오픈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경기가 어렵고, 사업 자금이 소진돼 팀을 축소한 것"이라며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다양한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BM도 없어
전문가들은 뚜렷한 사업모델과 준비 없이 대세에 의존한 NFT 사업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일단 선수금을 한 뒤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운영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는 시각이다.논란이 된 프로젝트 대부분이 민팅 자금, 거래 수수료, 투자금 등 외에 별다른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업 자금이 떨어질 때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혜택을 주지 못하고, NFT 가격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NFT는 가상자산 중에서도 회원권, 증권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각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며 "사업자가 먼저 자체 백서, 로드맵 등에 환불 조건, 약속 이행 등에 대해 상세히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FT 시장에서 러그풀 피해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 보안업체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러그풀·스캠 사기 건수는 356건에 달했다. 2021년 65건에 비해 약 5.4배 늘었다. 이 중 2022년 러그풀 사기 건수는 274건으로 2021년 46건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변호사는 "한차례 유행이 지면서 NFT 러그풀 관련 소송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운영진 신원, 홍보 및 IR 자료, 모집한 자금의 사용처 등 자료를 명확히 확보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