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사진=뉴스1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사진=뉴스1
정부가 전세 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무자본 갭투자를 막고 임차인에게 신축 빌라 시세까지 제공해 전세 사기를 예방하는 한편, 피해자 지원을 늘리고 사기 가담 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집값 급등기 조직적인 전세 사기가 성행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전세 보증 사고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세 사기 검거 건수도 2021년 187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공인중개사가 사기에 가담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이에 정부는 악성 임대인 퇴출을 위한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 위험 계약체결 방지를 위한 전방위 정보제공 확대 등 다각적 사기 예방조치와 저리 전세자금 대출 및 원스톱 법률 서비스 지원, 단속·처벌 강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전세가율 낮춰 무자본 갭투자 근절…신축 빌라도 시세 정보 제공

우선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춰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하기로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도 전세가율 인하를 추진한다. 대신 더 많은 임차인에게 보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본금 출자, 보증 배수 상향 등 보증 기반은 확충을 추진한다.

신축 빌라나 나홀로아파트 등 시세 부풀리기 대상이 됐던 주택에 대해서는 '안심 전세 앱' 서비스를 통해 적정 전셋값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안심 전세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등을 통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기존 '모바일 HUG' 앱과 통합해 이날 정오부터 운영된다. 향후 집주인 정보와 중개사의 사고 이력 등의 정보도 앱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우선 전세 사기로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피해자의 무주택 청약 자격이 인정된다. 그간 전세 사기 피해자는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유주택자로 전환돼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는 불이익이 뒤따랐다. 정부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5억원)·전용 85㎡ 이하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오는 5월부터 무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피해 임차인이 이사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저리 대출 보증금 요건도 기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도 가구당 1억6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확대한다.

대항력 유지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존 전셋집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그간 대출을 연장하며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는 오는 5월 중으로 1~2%대 금리의 대환 대출 상품을 신설해 이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 복구를 위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도 지원한다. 국토부와 법무부 합동 '법률지원 TF'를 통해 체계적인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보증금 반환 절차를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전세 사기 의심 사례 전수조사…가담자 처벌도 강화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은 강화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전세 사기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와 시세를 제공한 감평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이와 더불어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자격 취소를 위해 오는 6월 공인중개사법과 감정평가사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개정안에는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선고 시 자격이 취소되는 내용이 담긴다. 감정평가사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2회에서 1회로 강화한다.

전세 사기 의심 사례에 대한 조사와 단속도 강화한다.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거래 신고된 빌라와 오피스텔, 아파트 거래 건을 대상으로 단기간 내 주택 다량・집중 매집, 동시 진행・확정일자 당일 매도 등 전세 사기 의심 사례 조사에 나선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범부처 합동 전세 사기 특별단속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근절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