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에 ‘빌라왕 사건’까지 터지면서 ‘빚의 대물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에서도 신용생명보험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용생명보험이란 대출 고객이 사망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보험사가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해 주는 상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김영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대규 보험개발원 생명보험팀장,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문선아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상무, 최석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은 토론자로 참석했다.

2003년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서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가 허용됐지만 신용보험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최승재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판매된 신용보험 수입보험료(생명, 손해 합계)는 92억원에 불과하다. 신용보험은 상품 특성상 대출 실행되는 과정에서 고객한테 소개·판매되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작년 고금리를 타고 신용보험 판매 실적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세발의 피’ 수준이다.

김규동 연구위원은 이날 판매 규제가 신용보험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창구에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공정 영업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은행이 신용보험 가입 고객한테 우대금리나 한도 확대 같은 혜택을 제공할 경우 ‘특별이익제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험가입을 대출 조건으로 오인하거나, 신용보험 가입을 거절할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반면 신용보험이 보편화될 경우 긍정적 효과는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문선아 상무는 “고객 입장에선 대출 미상환 위험을 줄이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빚의 대물림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은행 등 대출기관도 여신 건전성을 확보하고 대출금 회수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규동 연구위원은 신용보험의 금융시장 안정 기여 효과에 대한 실증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소비자 권리 보호와 신용보험 활성화가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국 입법조사관은 “가계부채가 급증한 현 상황에서 신용보험 활성화가 국내 현실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독일이 청약철회권 등을 피보험자에게 보장하는 것처럼 대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민섭 연구위원은 “신용보험에 대한 소개를 하는 단계, 설명방법,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확보 등을 위한 세부적인 행위기준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