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가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노바티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2022년 실적 발표를 통해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물질 '브라나플람'의 개발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혔다. 브라나플람은 당초 척수성근위축증(SMA) 약으로 개발됐다. 노바티스는 이를 헌팅턴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임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브라나플람 임상 2b상 중 일부 환자에게서 말초 신경병증 초기 징후가 관찰되며 투약이 잠정 중단됐다. 2b상은 헌팅턴병 초기 환자 75명에게 브라나플람 또는 위약을 투여하는 시험이었다. 말초 신경병증은 뇌와 척수 외부의 신경 손상을 특징으로 한다.

투약 중단 후 노바티스는 임상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상 데이터를 계속 검토해왔다. 그리고 이번 실적 발표에서 최종적으로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말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결정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임상에서 브라나플람이 헌팅틴 단백질 수치를 줄인 것은 확인했다"면서도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낮은 용량을 투여할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헌팅턴병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3억6000만달러(약 4400억원)로 추산된다. 연평균 19.6%씩 성장해 2030년에는 17억달러(약 2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헌팅턴병은 신경 세포를 점진적으로 사멸시키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움직임이나 생각 등이 어려워진다. 헌팅틴 단백질의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있다. 현재 관련 치료법은 없다. 비자발적 움직임과 정신 장애를 완화하는 약물이 쓰이고 있다.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는 '정보 부족'이 꼽힌다. 병리를 유도하는 과정(매커니즘)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브라나플람은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 중 개발 후기 단계에 진입한 몇 안 되는 약물이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물질로,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의 양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다.

브라나플람이 공식적으로 업계에서 사라지면서 미국 PTC테라퓨틱스의 'PTC518'가 선두 자리로 올라서게 됐다. PTC는 올 2분기 12주 간 PTC518을 투약한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로슈는 2021년 '토미네르센' 임상 3상을 중단했다. 투약의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네덜란드의 유니큐어도 헌팅턴병 유전자 치료제 'AMT-130'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고용량군에서 부작용이 발생해 투약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셀리버리가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을 시도 중이다. 회사의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에 유전자 치료법을 결합한 방식을 통해서다. 셀리버리는 작년 12월 회사의 유전자·단백질 융합치료법을 헌팅턴병에 적용해 평가 중이라고 했다. 헌팅턴병 환자 유전자 서열을 가진 유전자변형동물을 이용해서다. 이를 통해 운동기능 개선,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 제거, 신경세포 사멸 억제 등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