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슛' 대신 '샷'…프로급 실력 입증한 '골프광 축구 스타' 베일
은퇴한 웨일스의 축구 스타 가레스 베일(34·사진)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암 대회에서 ‘묘기 샷’을 펼치는 등 그동안 숨겨왔던 골프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베일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스파이글래스 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1라운드에서 조지프 브램릿(34·미국)과 7언더파를 합작했다. 팀 순위에서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8위다. 대회는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가 2인 1조를 이뤄 포볼(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계산) 방식으로 경기한다. 사흘 동안 3개 코스(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몬터레이 퍼닌설러CC)에서 경기한 뒤 상위 25개 조가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한다. 이와 별개로 프로 선수는 스트로크 방식으로 스코어를 따로 계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베일의 파트너 브램릿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하이라이트는 2번홀(파4). 그는 두 번째 샷을 실수하며 공을 그린 옆 카트 도로로 보냈다. 그러나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베일은 그린을 한참 살핀 뒤 웨지를 꺼내 부드러운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1.2m 옆에 보내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베일은 “첫 번째 홀에서 긴장했다”며 “8만 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축구를 했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스포츠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베일의 ‘프로급’ 골프 실력에 골프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PGA투어 공식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이 장면은 일찌감치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했다. 영국 BBC는 “웨일스 축구대표팀의 전 캡틴이 매우 강렬한 PGA투어 데뷔전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베일의 골프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집에 3홀짜리 골프 코스를 갖고 있고, 현역 시절에 골프장을 몰래 다닐 정도로 골프에 진심이었다. 공식 핸디캡은 ‘2’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중에서도 상위권 실력이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몬터레이 퍼닌설러CC에서 경기한 안병훈(32)이 그나마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47위로 선전했다. 같은 코스에서 8언더파 63타를 적어내 단독 선두에 오른 행크 러비오다(29·미국)와 6타 차다.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경기한 강성훈(36)도 2언더파 70타를 쳐 마찬가지로 공동 47위에 올랐다. 같은 코스에서 경기한 노승열(32)은 이븐파 72타 공동 79위에 그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