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12일 열리는 '슈퍼볼'을 앞두고 미국은 들떠 있습니다. 어딜 가도 슈퍼볼 얘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누가 이길 것 같고, 어디서 보고, 무얼 먹으면서 볼 지에 대한 대화는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나 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도 기분이 좋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유례없는 긴축에도 경제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때리고 때려도 불사조가 된 미국 노동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맞을수록 맷집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8월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 때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한 말이 허언으로 판명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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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슈퍼볼로 들떠 있어도 일말의 불안감은 지울 수 없습니다. 슈퍼볼 티켓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입니다. 최소 가격이 5000달러대라고 하지만 이 가격에라도 입장권을 구할 수 있으면 횡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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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티켓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건 인플레이션의 끝은 아직도 멀었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지난해 11월부터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고 있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그토록 원하고 있는 금리인상 종료 및 정책전환(피벗) 시점은 오리무중입니다. 그 와중에 중국의 정찰풍선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는 다시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여유를 찾았습니다. 질문 하나 받지 않고 매파적 연설문만 읽고 나간 잭슨홀 회의 때의 비장한 모습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작정하고 시장에 자중하라고 버럭한 11월 FOMC 때의 모습은 오간 데 없습니다.

본인이 그린 그림대로 연착륙 쪽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3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고용보고서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노동시장은 너무 뜨겁습니다. 아니 펄펄 끓고 있습니다. 긴축강도가 더 세지고 피벗은 영영 더 멀어질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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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고서로 인해 파월 의장의 '빅픽처'가 바뀌었는 지 궁금합니다. 때마침 7일 파월 의장이 워싱턴경제클럽에서 대담을 합니다. 이 때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는 지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파월 의장의 '빅픽처'를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의 주요 이슈와 일정을 정리하겠습니다.

'중··마' 아닌 '중··서'

'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파월 의장은 2월 FOMC에서 또 하나의 어록을 만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입니다.

파월 어록의 이 신조어 때문에 "두어번 이상 추가 금리인상"이나 "연내 금리 없다"나 "최종금리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매파적 발언은 모두 묻혔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연초 증시가 오른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나 시장과 Fed의 관점 차이를 용인하는 톤의 말과 합해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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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파월 의장은 '기승전서'였습니다. 기존의 '기승전 인플레'의 변형 버전입니다. 기승전 서비스 인플레로 세분화했습니다. 지난해 12월 FOMC나 11월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때부터 반복하고 있는 얘기입니다.

많은 얘기를 했지만 두어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상품 부문에선 디스인플레가 시작됐고 주택 서비스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지만 곧 꺾일 것이다" 입니다.
'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개인소비지출(PCE)에서 렌트비는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떨어질 것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바로 민간 기관에서 내놓고 있는 통계자료가 한결같이 렌트비 하락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점을 이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쯤으로 잡고 있는 듯합니다. 렌트비가 떨어지면 CPI가 확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CPI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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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월 의장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서비스 인플레입니다. 그의 말대로 디스인플레가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요지부동입니다. 7월에 떨어질 기미를 보이다 재차 올랐습니다. 파월 의장의 18번 중 하나인 "한두 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지 않겠다"는 좋은 예시입니다.

파월 의장이 '최애'하는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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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CPI에 예민하지만 Fed는 PCE를 더 신뢰합니다. 시장은 신속성을 좋아하고 Fed는 정확성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당분간 주택시장을 제외한 서비스 근원 PCE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PCE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무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Fed가 재가공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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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월 의장은 이번에 ECI(고용비용지수)에 대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구성이 좋고 완벽해서 우리가 좋아한다"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4분기 ECI가 둔화해서 "건설적이었다"는 만족감까지 드러냈습니다.
'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매달 나오는 고용보고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1월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은 닳아 오르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신규 일자리가 예상치(18만7000개)의 3배 수준인 51만7000개였습니다.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였습니다.
'꽃놀이패' 파월…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 [정인설의 美증시 주간전망]
역대급으로 뜨거운 노동시장에서 반가운 지표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율이었습니다. 파월 의장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그 지표였습니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습니다. 컨센서스(4.3%)보다 약간 높았지만 작년 12월(전년 대비 4.8% 증가)보다 둔화폭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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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근원 PCE 상승률과 같아졌습니다. 신규 일자리는 그토록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길 갈구해온 식당, 호텔, 병원 등에서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플레 정국에선 호재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노동시장이 뜨겁긴 하지만 코로나19로 노동공급이 모자란 대면 서비스 분야에서 빡빡한 수급이 풀리고 있습니다. 서비스 인플레의 핵심인 임금 상승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평균 임금 상승율이 높아졌다면 시장의 실망감은 더욱 컸을 겁니다. 시장이 바라던 최선의 결과는 아니어도 차선 또는 차차선 정도는 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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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속에서 경기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Fed는 지난해 12월 2022년 GDP 증가율을 0.5%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2.1%(속보치)였습니다. 실업률도 3.7%로 잡았지만 실제로 3.4%로 떨어졌습니다. 파월 의장이 연착륙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는 이유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번 FOMC에선 "큰 폭의 경기둔화를 겪지 않고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 가운데 2% 목가 목표를 이루는 게 내 기본 케이스"라며 "나는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시자 역할하던 2인자도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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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과 함께 보조를 맞추던 Fed의 2인자도 교체됩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실세 중 실세입니다. 뼛속까지 민주당원으로 당내 지분도 있고 백악관의 신임도 두텁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중 국가 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발탁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 정책실장이어서 '경제 차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의 역할은 사실상 Fed의 파수꾼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이 득실하던 Fed 이사회에서 민주당의 목소리를 지켜주는 일을 했습니다. 특히 공화당원 출신인 파월 의장은 견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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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이사진 3명이 합류해 민주당의 위세가 더 강해졌습니다. 파월 의장의 영원한 동반자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중도하차하지 않고 유임을 확정지었습니다.

이런 좋은 상황에서도 파월 의장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표정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겁니다.

파월 의장이 감추고 있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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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파월 의장의 속내입니다. 1월 고용보고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1번입니다. 노동시장이 뜨거우니 긴축강도를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할 지, 그래도 디스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이니 연착륙에 신경을 쓸 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1월 고용보고서가 고강도 긴축의 전조인지, 연착륙의 희망가인지는 이번주에 판가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미국시간으로 7일 오후 12시40분에 워싱턴경제클럽 초청 행사에 나와 워싱턴경제클럽 회장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창업자와 대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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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항은 피벗입니다. 파월 의장은 2월 FOMC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해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3주 후 나오는 FOMC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3주라는 시간을 기다리기 쉽지 않습니다. 파월 의장이 7일 대담에서 힌트를 줄 수 있고 Fed의 다른 이사들이 일부 공개할 수 있습니다. 리사 쿡 Fed 이사가 파월의 대담 다음날인 8일 오전 9시30분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 포럼에서 대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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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8일과 10일에 잇따라 공개 연설을 합니다.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마이클 바 Fed 부의장도 7일과 8일에 공식석상에 섭니다. 이밖에 '블래아웃'에서 풀려난 지역 연은 총재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들의 생각을 얘기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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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뉴욕 연방은행의 기대인플레션율(7일)과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율(10일) 수치가 나옵니다.

이밖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6일 미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예산관련 의회 연설을 합니다. 북한 인민군 창건일(8일)을 전후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할 지도 주의깊게 살펴볼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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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고용보고서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만 분명 끝이 있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낭떠러지를 피하고 깔딱고개를 지났지만 아직은 비탈길입니다. 경기는 둔화될 것이고 인플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 인플레가 잡히는 그런 시나리오 가능성도 작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해 현 시점이 섣불리 투자하기 위험한 시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비판을 다 듣고 있는 파월 의장의 표정은 밝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분간 파월 의장의 발언과 서비스 인플레이션 수치에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