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가족 외 공유 계정에 대한 서비스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구독 유지를 두고 사용자들 고민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핵심 사용자층이자 고물가 기조에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소비자들이 대거 늘고 있는 20·30세대의 향방에 OTT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일지 관심이 쏠린다.

'더 글로리'에 '피지컬: 100'까지 히트 쳤는데…新정책 예고에 '발칵'

지난 1일 넷플릭스가 국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계정 공유 개정 방침을 공지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실적 발표 후 넷플릭스가 주주 서한에서 "1분기 말 계정 공유 유료화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 "한 가구 내에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본인 계정을 사용해 넷플릭스를 시청해야 한다"고 공지하면서 향후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할지를 고민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화제작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시청하고 있지만, 계정 공유가 어려워져 가격 부담이 늘어나면 구독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현재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는 1만7000원 수준이지만, 최대 4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다. 이 경우 따로 살던 4명이 한해 지불해야 하는 구독료는 각각 5만1000원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에 따르면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20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최근 넷플릭스는 송혜교가 출연한 학교폭력 소재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상금 3억원을 두고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인 '피지컬: 100'까지 히트를 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지난해 8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기록한 800만명대를 약 1분기 만에 회복한 모습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애플리케이션(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WAU,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는 지난 1월 4주에 799만명을 기록했다. '더 글로리'가 공개된 이후인 1월 1주차에는 약 807만명이 몰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월 기록한 약 806만명보다도 높은 WAU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정책은 정확한 시기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 주주 서한에서 예고하듯 3월 말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넷플릭스의 정책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20·30세대다. 이들 연령층이 핵심 사용자인 한 패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일 "만약 3월 공유 제한이 시행되면 해지할 것이냐"고 묻는 설문조사를 담은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80%를 웃도는 사용자들이 "해지한다"고 응답했다. 이 게시물에 누리꾼들은 "볼 것 있을 때만 구독할 예정이다", "한 달 결제해서 몰아보는 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등 반응을 내놨다.
2030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30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약 3월 공유제한이 시행되면 해지할 것이냐"고 묻는 설문조사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20·30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괘씸해서 해지했다"는 글도 올라온 상태다. 한 20대 블로그 운영자는 "'더 글로리' 후 해지하려고 했는데 '피지컬: 100'이 끝나면 해지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피지컬: 100'은 오는 21일 마지막 편이 나올 예정이다.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 국면에서 젊은 층의 '짠테크' 열풍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서 넷플릭스의 20·30세대 사용자는 50%를 웃돈다. 특히 20대 사용자는 30%를 웃돌며 가장 많은 사용자가 포진된 넷플릭스의 핵심 고객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3월에는 공교롭게도 대학생들이 개강까지 앞두고 있어 20대의 짠테크 열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갑 사정에 따라 OTT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때가 기회"…'토종 OTT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 토론도

이런 가운데 국내 OTT 업계에서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이 감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망 사용료 등에 있어서 토종 OTT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면서 규제 개선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OTT플랫폼 역차별 폐지 및 지원정책 세미나'에서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플랫폼과 K-OTT 플랫폼 간 역차별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해 문제 제기가 됐던 주제이자 업계 종사자들의 숙원"라며 "망 사용료, 각종 세금, 규제 역차별 외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역차별 항목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조희영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처럼 천문학적인 월 가입비를 수금하며 '규모의 경제'를 펼치기는 요원하다"며 "국내 방송통신 진영에서 만연한 규제 위주의 정책을 국내 OTT 사업자 대상으로 완화하고, 최소 규제 원칙과 진흥 프레임으로 정책 성격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국민의힘에서 ICT미디어진흥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윤두현 의원은 "OTT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줄 알았는데, 황금이 들어가는 거위다"며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우리나라에서 뭘 하기에 불리한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국내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커 갈 수 있는 환경, 마중물을 공직 사회에서 많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