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판하며 강력하게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67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박물관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가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는 전차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80년 전 독일군을 패퇴시킨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상기시키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주력 전차를 지원한 독일을 ‘현대판 나치’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나치즘이 현대화해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다시 한번 서방의 침략을 격퇴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80년 전처럼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방이 새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러시아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는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 각국의 주력 전차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독일은 레오파르트2 14대를 제공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총 80여 대의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계획이다.

러시아군은 이튿날 서방의 지원에 반발하며 우크라이나 전역을 무차별 폭격했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EU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EU 이사회는 이날 유럽평화기금(EPF)을 통해 총 5억유로(약 67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EU 회원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는 ‘군사훈련 미션(EUMAM)’에도 4500만유로(약 607억원)를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