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풍경/사진=뉴스1
스키장 풍경/사진=뉴스1
애플워치가 보낸 엉뚱한 구조 신호에 미국 긴급신고센터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겨울철 스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애플 기기들이 이를 비상 상황으로 인지해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스키어들이 즐겨 찾는 콜로라도주 프리스코의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고충을 전했다.

NYT에 따르면 작년 9월 애플 기기들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사고가 나거나 사용자가 넘어지는 등 비상 상황이 생길 경우 이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능이 더 민감해졌다.

이 탓에 이번 겨울에는 스키어들이 정상적으로 스키를 타고 있는 상황인데도 애플 기기들이 이를 비상 상황으로 잘못 해석해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

NYT는 잘못된 신고 중 거의 모두가 애플 기기들로부터 들어오는 자동 신고라며 긴급신고센터 관계자들의 얘기를 전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로부터 이런 잘못된 자동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NYT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신고 전화를 처리하는 한 상담원이 자신에게 걸려온 긴급신고 전화에 "긴급상황이신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편은 "아니오. 안전하고 즐겁게, 다친 곳 없이 잘 타고 있어요"라고 대답한 후 약간 짜증을 내며 "최근 사흘간 내 시계(애플 워치)가 (계속) 911(미국의 긴급신고 전화)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출시된 애플 스마트워치 신작 '애플워치7'. 애플 제공
15일 출시된 애플 스마트워치 신작 '애플워치7'. 애플 제공
스키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는 애플 워치나 아이폰이 울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긴급신고 전화가 걸리더라도 그대로 통화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긴급신고센터 근무자는 이 상황을 알 수 없어 이용자가 전화 연결을 알아차릴 때까지 통화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용자가 심하게 다쳐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애플 기기가 자동으로 긴급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짜 긴급상황에서 걸려온 전화를 처리하는 일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일부 스키장은 애플 워치와 아이폰14 이용자들에게 해당 기능을 끄거나 작년 말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기능의 민감도를 줄일 것을 권유하는 게시물을 리프트 탑승 장소와 매표소에 붙여 놓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애플 측은 "특정한 경우 사용자가 심한 자동차 충돌이나 넘어지는 사고를 겪지 않았는데도 긴급신고 서비스 기능이 작동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작년 말에 이 기능을 최적화하고 오신고를 줄이기 위한 업데이트를 냈다며 이 기능이 이미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충돌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애플 워치에서 소리가 나면서 큰 경고음이 울리고 사용자에게 긴급신고 전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도록 되어 있다"며 "실제 사고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통화 시도를 취소할 수 있도록 10초의 여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