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판하는 투자의 대가들…그들이 맞고 틀린 것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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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63>
2월 6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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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의 대가 두 명이 연이어 암호화폐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덕분에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의 41% 상승과 함께 반등의 조짐을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물론 단지 이들의 발언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조정받지는 않겠지만, 한번 2021년 상승장을 돌이켜 보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폴 튜더존스 등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입장임을 밝히며 투자를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 구입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전통 금융기관과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올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며 그해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6만 9000 달러까지 올랐다.
이렇듯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한 신기술이라는 점과 이제 막 14년차에 접어든 짧은 역사를 가진 점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매우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존경받는 유명인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언하는지는 비트코인의 가격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첫번째 주자로 나서 ‘암호화폐 빌런’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바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이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다. 그는 2월 1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짧은 사설 “왜 미국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해야 하는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암호화폐는 통화도 아니고, 원자재도 아니며, 증권도 아니다. 그건 도박장이 100% 이기게 되어있는 도박 계약일 뿐이다.”
그는 이어서 “수년전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던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라며, “미국도 하루빨리 그때 중국 공산당이 취했던 조치를 본받아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멍거의 글이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란에 실린 바로 다음날,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채 숨돌릴 틈도 없이 두번째 주자가 암호화폐 비판 릴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바로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다. 그는 2월 2일 CN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Squawk Box’에 출연하여 암호화폐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비트코인을 “그 어떤것과의 연관성도 없으며 다른 통화나 금융자산에 비해 매우 적은 관심을 받고있는 자그마한 존재”라며 깎아내렸다.
그는 이어서 “비트코인은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겨우 3분의 1 수준일만큼 작으며 좋은 돈도, 부를 저장할만한 자산도, 물물교환에 용이한 수단도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원래 쭉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던 레이 달리오는 2021년 1월, 브릿지워터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굉장한 발명품’이라며 치켜세워 친 비트코인으로 전향한 것으로 의심받기도 했으나, 이번 CNBC 인터뷰를 통해 다시한번 확실히 비트코인 반대론자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대체 왜 새해 벽두부터 전설적인 투자자 두 명은 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연이어 암호화폐 비판에 열을 올렸을까.
먼저 찰리 멍거는 자신이 쓴 사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남겼다. “최근 미국에 생겨난 많은 기업들이 크고 작은 수천개의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이들은 정부의 허가를 전혀 받지 않은채 자유롭게 공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때로는 대량의 암호화폐가 먼저 내부자나 초기 투자자에게 아주 헐값에 팔린 후, 조금 지난 뒤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대중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뻥튀기된 가격에 다시 팔리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메사리 리포트가 공개한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코인 유통량 분포도만 봐도 해당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바이낸스 스마트체인, 솔라나, 아발란체, 플로우, 니어 프로토콜 등은 초도 발행 물량의 거의 50% 가량이 내부자 및 벤처 캐피탈들에게 배분되었다. 문제는 이 물량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풀리는지 일반 투자자들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인을 보유한 내부자들이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일반 투자자는 언제나 정보의 비대칭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대량의 코인을 보유한 내부자와 벤처 캐피탈이 본인이 보유한 물량을 언제 어떻게 매도할 것인지 대중에게 철저히 공개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례로 솔라나 발행 초기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벤처 캐피탈 ‘소셜 캐피탈’의 창업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는 2021년 11월, 자신과 함께 솔라나에 투자한 벤처 캐피탈 거물들과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솔라나를 계속 보유할꺼냐(But you are holding, correct?)”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지도(ish)”라고 답했다.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대화의 분위기와 앞뒤 컨텍스트를 고려했을때 그의 애매한 답변의 의미는 아마 ‘수익을 많이 봤으니 일부는 정리하려고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해당 팟캐스트 방송이 진행된 2021년 11월 당시 솔라나 가격은 역사상 최고점인 230 달러 수준이었다. 차마스가 실제로 그 뒤 얼마나 되는 물량을 정리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해당 팟캐스트 방송 이후 솔라나 가격은 줄기차게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겨우 24 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이 작은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간단하다. 암호화폐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고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찰리 멍거가 지적한대로 대부분의 코인은 발행 초기 큰 물량을 먼저 비공개 형태로 내부자 및 벤처 캐피탈에게 배분하며, 그 뒤 이들이 보유 물량을 언제 어떻게 정리하는지 정보는 오직 내부자끼리만 공유한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이런 정보를 전혀 모르는 채 코인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이다.
레이 달리오의 경우 알트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왜 비트코인이 돈으로 쓰이기에 적합하지 않은지 이유를 설명하는 쪽이다. 비트코이너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적어도 그가 진단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은 매우 정확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5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댄 탓에 사람들, 특히 대부분의 재산을 은행 예금에 보관하는 서민들의 구매력은 갈수록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그는 만약 달러 시스템을 대체하는 디지털 코인이 나온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과 완벽히 연계되어 언제 어디서든 보유자의 구매력을 유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헌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하여 좋은 가치저장 수단도, 좋은 교환의 매개처도 되지 못하므로 달러 시스템을 대체할 주인공이 아니라는게 레이 달리오의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만든이도, 그것을 운영하는 회사도, 벤처 캐피탈도 없는 말 그대로 디지털 자산이다. 특수한 이해관계에 놓인 내부자가 없으므로 공시되어야 할 내부자 정보도 없으며, 증권 거래 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을 이유도 없다. 마치 금, 은, 플래티넘 등의 금속이 우리에게 주어진것처럼 비트코인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해야할 일은 비트코인 사용 자체를 허용하네 마네 하며 어차피 준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의미없는 규제를 만드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정도는 갖춰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트코인이야말로 수많은 부작용을 빚어내고 있는 법정화폐 기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이다.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은 가격이 너무 널뛰기를 하는 탓에 좋은 화폐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가치저장 수단인 금도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좋은 가치저장 수단이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조건적인 가격 안정이 아니라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만큼 장기간’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강산이 한번쯤 변했을지도 모르는 지난 10년동안 비트코인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는 102771%나 상승하여 가치저장 수단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금의 가치는 고작 11% 상승했으며, FAANG 주식의 인기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S&P 500 지수도 겨우 174% 상승에 그쳤다.
누구보다 큰 성공을 이룬 투자의 귀재들이지만 그들은 아직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가장 큰 원인은 비트코인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는 전혀 새로운 발명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2017년이 되어서야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것을 후회하지 않았나.
현상 유지에 대한 갈망도 있을 것이다.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는 훌륭한 투자자이긴 하지만 혁신가는 아니다. 인류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사업가들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은 평소에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비효율과 불편함을 찾아내어 그것을 해결하는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외람된 말이지만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는 무언가를 창조하여 인류의 삶을 개선해본 경험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아마 자신들이 세운 투자 대상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더이상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을 것이다.
연초부터 원투펀치를 맞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두 유명 인사들의 이번 발언 때문에 불안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 곳곳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과 물물교환의 매개체가 필요한 곳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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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의 대가 두 명이 연이어 암호화폐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덕분에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의 41% 상승과 함께 반등의 조짐을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물론 단지 이들의 발언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조정받지는 않겠지만, 한번 2021년 상승장을 돌이켜 보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폴 튜더존스 등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입장임을 밝히며 투자를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 구입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전통 금융기관과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올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며 그해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6만 9000 달러까지 올랐다.
이렇듯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한 신기술이라는 점과 이제 막 14년차에 접어든 짧은 역사를 가진 점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매우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존경받는 유명인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언하는지는 비트코인의 가격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첫번째 주자로 나서 ‘암호화폐 빌런’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바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이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다. 그는 2월 1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짧은 사설 “왜 미국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해야 하는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암호화폐는 통화도 아니고, 원자재도 아니며, 증권도 아니다. 그건 도박장이 100% 이기게 되어있는 도박 계약일 뿐이다.”
그는 이어서 “수년전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던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라며, “미국도 하루빨리 그때 중국 공산당이 취했던 조치를 본받아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멍거의 글이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란에 실린 바로 다음날,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채 숨돌릴 틈도 없이 두번째 주자가 암호화폐 비판 릴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바로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다. 그는 2월 2일 CN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Squawk Box’에 출연하여 암호화폐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비트코인을 “그 어떤것과의 연관성도 없으며 다른 통화나 금융자산에 비해 매우 적은 관심을 받고있는 자그마한 존재”라며 깎아내렸다.
그는 이어서 “비트코인은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겨우 3분의 1 수준일만큼 작으며 좋은 돈도, 부를 저장할만한 자산도, 물물교환에 용이한 수단도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원래 쭉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던 레이 달리오는 2021년 1월, 브릿지워터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굉장한 발명품’이라며 치켜세워 친 비트코인으로 전향한 것으로 의심받기도 했으나, 이번 CNBC 인터뷰를 통해 다시한번 확실히 비트코인 반대론자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대체 왜 새해 벽두부터 전설적인 투자자 두 명은 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연이어 암호화폐 비판에 열을 올렸을까.
그들의 주장도 절반은 사실이다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를 호되게 비판해줄 것이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이들의 의견이 아예 틀린건 아니다. 적어도 대상을 ‘암호화폐’로 폭넓게 지정한다면 나는 이들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는 둘 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멍거는 증권성을 띄는 토큰들이 아무런 제재없이 대중을 상대로 거래되는 것의 문제점을, 그리고 달리오는 중앙은행의 무제한 화폐 발행이 낳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어한다.먼저 찰리 멍거는 자신이 쓴 사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남겼다. “최근 미국에 생겨난 많은 기업들이 크고 작은 수천개의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이들은 정부의 허가를 전혀 받지 않은채 자유롭게 공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때로는 대량의 암호화폐가 먼저 내부자나 초기 투자자에게 아주 헐값에 팔린 후, 조금 지난 뒤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대중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뻥튀기된 가격에 다시 팔리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메사리 리포트가 공개한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코인 유통량 분포도만 봐도 해당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바이낸스 스마트체인, 솔라나, 아발란체, 플로우, 니어 프로토콜 등은 초도 발행 물량의 거의 50% 가량이 내부자 및 벤처 캐피탈들에게 배분되었다. 문제는 이 물량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풀리는지 일반 투자자들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인을 보유한 내부자들이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일반 투자자는 언제나 정보의 비대칭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대량의 코인을 보유한 내부자와 벤처 캐피탈이 본인이 보유한 물량을 언제 어떻게 매도할 것인지 대중에게 철저히 공개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례로 솔라나 발행 초기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벤처 캐피탈 ‘소셜 캐피탈’의 창업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는 2021년 11월, 자신과 함께 솔라나에 투자한 벤처 캐피탈 거물들과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솔라나를 계속 보유할꺼냐(But you are holding, correct?)”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지도(ish)”라고 답했다.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대화의 분위기와 앞뒤 컨텍스트를 고려했을때 그의 애매한 답변의 의미는 아마 ‘수익을 많이 봤으니 일부는 정리하려고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해당 팟캐스트 방송이 진행된 2021년 11월 당시 솔라나 가격은 역사상 최고점인 230 달러 수준이었다. 차마스가 실제로 그 뒤 얼마나 되는 물량을 정리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해당 팟캐스트 방송 이후 솔라나 가격은 줄기차게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겨우 24 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이 작은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간단하다. 암호화폐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고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찰리 멍거가 지적한대로 대부분의 코인은 발행 초기 큰 물량을 먼저 비공개 형태로 내부자 및 벤처 캐피탈에게 배분하며, 그 뒤 이들이 보유 물량을 언제 어떻게 정리하는지 정보는 오직 내부자끼리만 공유한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이런 정보를 전혀 모르는 채 코인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이다.
레이 달리오의 경우 알트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왜 비트코인이 돈으로 쓰이기에 적합하지 않은지 이유를 설명하는 쪽이다. 비트코이너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적어도 그가 진단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은 매우 정확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5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댄 탓에 사람들, 특히 대부분의 재산을 은행 예금에 보관하는 서민들의 구매력은 갈수록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그는 만약 달러 시스템을 대체하는 디지털 코인이 나온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과 완벽히 연계되어 언제 어디서든 보유자의 구매력을 유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헌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하여 좋은 가치저장 수단도, 좋은 교환의 매개처도 되지 못하므로 달러 시스템을 대체할 주인공이 아니라는게 레이 달리오의 주장이다.
그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투자의 대가로서 큰 돈을 벌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있는 두 사람이지만 감히 조언을 해보려 한다. 우선 첫번째로 비트코인은 여타 알트코인들과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찰리 멍거가 지적한 문제는 지금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알트코인들을 법적, 제도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일 뿐 비트코인의 문제는 아니다.비트코인은 만든이도, 그것을 운영하는 회사도, 벤처 캐피탈도 없는 말 그대로 디지털 자산이다. 특수한 이해관계에 놓인 내부자가 없으므로 공시되어야 할 내부자 정보도 없으며, 증권 거래 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을 이유도 없다. 마치 금, 은, 플래티넘 등의 금속이 우리에게 주어진것처럼 비트코인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해야할 일은 비트코인 사용 자체를 허용하네 마네 하며 어차피 준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의미없는 규제를 만드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정도는 갖춰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트코인이야말로 수많은 부작용을 빚어내고 있는 법정화폐 기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이다.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은 가격이 너무 널뛰기를 하는 탓에 좋은 화폐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가치저장 수단인 금도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좋은 가치저장 수단이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조건적인 가격 안정이 아니라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만큼 장기간’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강산이 한번쯤 변했을지도 모르는 지난 10년동안 비트코인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는 102771%나 상승하여 가치저장 수단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금의 가치는 고작 11% 상승했으며, FAANG 주식의 인기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S&P 500 지수도 겨우 174% 상승에 그쳤다.
누구보다 큰 성공을 이룬 투자의 귀재들이지만 그들은 아직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가장 큰 원인은 비트코인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는 전혀 새로운 발명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2017년이 되어서야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것을 후회하지 않았나.
현상 유지에 대한 갈망도 있을 것이다.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는 훌륭한 투자자이긴 하지만 혁신가는 아니다. 인류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사업가들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은 평소에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비효율과 불편함을 찾아내어 그것을 해결하는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외람된 말이지만 찰리 멍거와 레이 달리오는 무언가를 창조하여 인류의 삶을 개선해본 경험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아마 자신들이 세운 투자 대상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더이상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을 것이다.
연초부터 원투펀치를 맞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두 유명 인사들의 이번 발언 때문에 불안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 곳곳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과 물물교환의 매개체가 필요한 곳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있으니 말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