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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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코커스’는 50 여년 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시작을 알렸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50개 주를 순회하는 경선을 아이오와주에서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대의원의 1%만 아이오와 코커스를 통해 정해지지만 출발지라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어느 후보가 정당 후보로 지명될 것인가에 대한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서 지지받지 못한 후보는 조기 사퇴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미국 정치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 전통을 깨기로 결정했다. 중산층·백인·상업·농업 종사자가 인구 대다수인 아이오와주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인종 다양성을 더 반영하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첫 경선지로 삼기로 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필라델피아 전국위원회 겨울회의에서 2024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아이오와주 코커스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로 시작하는 방안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원 찬반투표를 통해 통과시켰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4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2월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시작해 6일 뉴햄프셔와 네바다주, 13일 조지아주, 27일 미시간주 순으로 치러진다. 제이미 해리슨 DNC 의장은 “개정안 통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와 노동조합이 미국의 중산층을 키워온 미시간이 경선 과정의 선두에 서게 됐다”며 “이제야 민주당이 미국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게 됐다”고 했다.

이로써 1972년부터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첫 경선지였던 아이오와주는 순서가 뒤로 밀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권자 중 90% 이상이 백인인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를 첫 경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난해 12월 제안했다. 아이오와주는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방식이 아닌 당원들만 참석해 대의원을 선출하는 ‘코커스(당원대회)’ 방식으로 ‘인디언 간부회의식’ 투표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하지만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가 경선 날짜를 바꿀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 실행되기까지 혼란이 예상된다. 리타 하트 아이오와주 민주당 의장은 "경선 날짜를 바꾸면 아이오와와 미국 농촌에 등을 돌렸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 같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첫 경선지로 삼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후보경선 과정에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크게 패했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역전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 일정을 바꾼 것은 2020년 뉴햄프셔 경선에서 굴욕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