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항체의약품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ADC 약물이 12개(2022년 상반기 기준)에 그치는 반면 시장 성장성은 커서다.

신약개발사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도 기존의 단일항체 중심에서 ADC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ADC 뛰어든 종근당

6일 종근당은 항암제 신약개발을 위해 네덜란드 바이오텍인 시나픽스(Synaffix)의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했다.

종근당은 시나픽스에 계약금과 개발·허가·판매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으로 최대 1억3200만달러(약 1650억원)를 지급하게 된다. 상업화 이후 판매 기술사용료(로열티)는 별도다. 종근당이 ADC 신약개발을 시도하는 건 처음이다.

종근당은 시나픽스가 보유한 세 가지 ADC 플랫폼 기술(GlycoConnect, HydraSpace, toxSYN)의 사용 권리를 확보했다. 종근당은 자체 발굴한 항체에 시나픽스 플랫폼을 적용해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시나픽스 ADC 플랫폼의 차별화 포인트는 항체 변형 없이 링커와 페이로드(약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항체에 링커를 연결하기 위해 변형을 가해야 한다. 변형 없는 항체를 암 세포에 접근하는 '유도체'로 쓰기 때문에 효능이 뛰어나다는 게 시나픽스 ADC 플랫폼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 변형이 필요없기 때문에 발굴한 항체에 링커를 바로바로 붙여 테스트해볼 수 있다"며 "수개월여의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나픽스는 이런 경쟁력을 앞세워 암젠 젠맙 얀센 머사나테라퓨틱스 ADC테라퓨틱스 등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시나픽스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대형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일찌감치 ADC 신약 개발에 나섰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손을 잡고서다. 이들은 현재 이중항체 ADC 신약후보물질을 공동 발굴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최적의 항체 조합을 찾기 위한 발굴 연구(디스커버리) 단계"라며 "이중항체 ADC는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 초기라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영국 ADC 개발사인 익수다테라퓨틱스에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최근엔 국내 ADC 개발사인 피노바이오와도 기술도입 계약을 맺었다.

CDMO도 ADC 생산 채비

ADC 신약개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시장 흐름에 맞춰 ADC로 생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4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생산이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항체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달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가장 빠른 성장 영역은 ADC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고객사는 단일항체를 만들어 링커 연결과 컨쥬케이션을 위해 이를 다른 CDMO로 보낸다"며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 공장을 확장해 ADC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는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ADC 생산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미국 캐털란트도 'SMARTag' ADC 생산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