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가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자국 내에서 러시아를 패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러시아군의 대공세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리 의혹이 제기된 고위 인사를 교체하며 내부 정돈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항상 우방국들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의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일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는 러시아군을 상대로만 서방 무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즈니코우 장관이 이런 입장을 내놓은 이유는 로이터통신의 보도 때문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제공한 22억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패키지에 사거리 150㎞인 로켓 시스템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해명이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로켓이 미국의 추가 지원 패키지에 포함된 것을 인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이 공급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레즈니코우 장관을 교체할 계획을 밝혔다. 집권여당 '국민의 종'의 다비드 아라하미야 원내대표는 텔레그램에 “레즈니코우 국방부 장관이 전략산업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에는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이 내정됐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의 침공을 미리 예측했으며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군의 전략을 앞서 전망하는 등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11월에 임명된 레즈니코우 장관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지만 최근 비리 혐의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시장 가격에 2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에 식자재를 조달하며 의혹이 불거졌다.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세운 ‘부패와의 전쟁’에 따른 조치다. 지난달부터 비리 의혹이 제기된 고위직을 대거 물갈이했다. 대통령실 부실장, 키이우 주지자 등이 연달아 물러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원조를 제공하며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예비군을 추가 동원하며 전열을 재정비한 러시아군은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동부 요충지인 바흐므트에선 격전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용병부대인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흐므트에선 북부 곳곳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바흐무트를 포위한 러시아군은 연일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침략자(러시아군)는 방어선을 무너트리려 점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누구도 바흐무트를 굴복시킬 수 없다. 힘이 남아 있는 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