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버리는 게 답이다"…'3만원→1만원' 뿔난 주주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저평가고 뭐고 이 주식은 그런 거 안통합니다. 팔아버리는 게 답입니다."
"배당이요? 고려아연 주식 사느라 올해도 물건너갔어요."

영풍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의 종목 게시판은 주주들의 불만으로 가득찼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3월 장중 3만5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1만3000원 선까지 빠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주가흐름이다.

코리아써키트 주가가 빠지는 것은 배당을 비롯한 주주친화책에 인색한 까닭이다. 여기에 본업과 동떨어진 고려아연 주식을 600억원어치 넘게 사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가 고려아연 지배력을 확장하기 위해 코리아써키트 현금을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리아써키트는 전 거래일보다 110원(0.78%) 내린 1만392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 29일 장중 최고가(3만5450원)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인쇄회로기판 및 반도체패키징 업체로 영풍이 지분 40.21%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장형진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실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에 비해 48.74% 늘어난 1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가 현실화하면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주환원에 인색한 데다 내부 현금을 엉뚱한 곳에 쏟아붓는 것이 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2017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데다 2022년 배당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 만큼의 현금을 활용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0만4073주를 을 613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코리아써키트는 고려아연 보유지분을 0%에서 0.52%까지 늘렸다.

장 회장 일가가 코리아써키트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고려아연 지배력을 둘러싸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우호 주주 지분 등 합계 29.15%)와 장형진 회장 일가(32.19%)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장 씨 일가가 지분 경쟁 과정에서 코리아써키트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배당이 없을 경우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과 우려가 더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