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꽃게랑 간장게장맛’을 개발하는데 참고한 인터넷 커뮤니티 유머 사진.
빙그레가 ‘꽃게랑 간장게장맛’을 개발하는데 참고한 인터넷 커뮤니티 유머 사진.
“매일 유머 사이트를 뒤집니다. ‘괴식 유튜버’ 동영상 구독은 필수지요.”

한 식품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별난 식문화’ 정보를 수집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목적에서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유머짤’(유머러스한 사진)을 보고 실제로 제품화한 사례도 있다. 빙그레가 지난 3일 출시한 ‘꽃게랑 간장게장맛’(오른쪽)은 상품기획자(MD)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미지를 보고 연구소와 협업해 내놓은 제품이다. 한 유머사이트에서 간장에 ‘꽃게랑’ 스낵을 담가놓은 사진이 퍼진 것을 확인한 게 계기가 됐다.

"유머사이트는 식품 마케팅의 화수분"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뿐 아니라 많은 식품업체가 신제품을 연구하기 위해 SNS나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정보들을 찾고 있다. “식품 분야가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활용해 색다른 맛과 마케팅을 조합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동아오츠카가 분말을 활용한 ‘따뜻한 포카리스웨트’를 내놓은 것이나, 삼양식품이 여러 가지 식재료를 결합해 ‘바질 크림 불닭우동’을 출시한 것 등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부합하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부조화로운 맛의 결합이나 B급 감성을 입힌 식품을 먹어본 후기를 SNS에 올리는 문화가 형성돼 해당 제품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20년 한정 판매된 농심켈로그의 ‘파맛 첵스’도 그런 사례다. 켈로그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첵스초코’에 파맛을 입힌 제품이다.

당시 파맛 첵스의 황금레시피와 후기는 각종 SNS와 블로그를 뒤덮었다. 시리얼을 우유에 넣어먹지 않고 설렁탕이나 부침개, 라면 등에 넣어 먹는 등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라임향 라면, 소다향 호빵, 민트초코 치킨 등 괴식 콘셉트 제품 가운데 혹평을 받으며 사라진 제품도 많다. 구두약 초콜릿이나 딱풀 캔디 등은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으로 착각할 수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