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셰익스피어 인 러브', 그의 사랑은 로미오처럼 비극적이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사실은 셰익스피어 본인의 경험담이었다면 어땠을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사진)는 이런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세계적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추앙하면서 연극이라는 예술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낸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사랑은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했다. 원작 영화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을 휩쓸었다.

가난하지만 촉망받는 신인 작가 셰익스피어와 부잣집 외동딸 비올라가 사랑에 빠진다. 코미디를 쓰라는 둥, 해적이 등장해야 한다는 둥 갖은 참견 속에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던 셰익스피어는 비올라를 만나고 나서야 영감을 받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연극은 곳곳에 유머 코드가 들어 있어 2시간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극을 올리기 위해 배우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나 배우들이 대사를 연습하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주인공 셰익스피어와 비올라 외에 페니맨, 헨슬로, 웨섹스 경 등 캐릭터가 극을 풍부하게 하는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한다.

연인 간의 사랑 외에 작품의 또 다른 큰 줄기는 연극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이다. 정부 검열로 인한 로즈 극장 폐쇄로 ‘로미오와 줄리엣’ 극을 올리지 못하게 될 위기를 맞자 경쟁 극장에서 기꺼이 무대를 빌려주는 장면에선 연극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나온다. 극장 경영의 기초를 세운 필립 헨슬로, 천재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 영국 최초 남성 극단 ‘체임버레인스 멘’의 주연 배우 네드 앨린 등 연극 역사상 중요한 실존 인물도 등장한다.

화려한 무대도 볼거리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깊은 무대를 십분 활용해 런던 극장가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연출했다. 다만 비올라를 연기한 배우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 등의 일부 대사 처리가 책을 읽는 것처럼 어색하다는 평도 있다. 공연은 다음달 26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