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후 인발 "자유의 소중함…쇼스타코비치로 들려줄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한 앞둔 '거장 지휘자'
인터뷰 - 엘리아후 인발
87세 나이에도 최고의 명성
"지휘는 작곡가의 의도·메시지를
탐구하는 매우 신비로운 작업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면서도
악단만의 개성 최대한 살려야"
KBS교향악단과 23일 공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무대
러시아의 1905년 혁명 묘사 작품
"우크라 전쟁에 대한 메시지 전달"
인터뷰 - 엘리아후 인발
87세 나이에도 최고의 명성
"지휘는 작곡가의 의도·메시지를
탐구하는 매우 신비로운 작업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면서도
악단만의 개성 최대한 살려야"
KBS교향악단과 23일 공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무대
러시아의 1905년 혁명 묘사 작품
"우크라 전쟁에 대한 메시지 전달"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거장 지휘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몇 있다. 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상임지휘자로 섭외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이고, 국제 콩쿠르를 휩쓴 유명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길 꿈꾸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87)도 그중 한 명이다. 60년간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활약해 온 그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기 위해서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 평생 음악을 동반자 삼아 살아온 인생이지만 여전히 그는 지휘하는 순간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인발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곡가의 창작 의도와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를 탐구하는 일은 매우 신비로운 작업”이라며 “악보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고, 이를 청중에게 전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인발은 어린 시절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지휘자로 발돋움할 기회는 텔아비브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 찾아왔다. 육군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부지휘자를 겸임하던 중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발탁되면서다. 그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인발은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수 악단에서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발은 엄격한 지휘자로 유명하다. 단원들에게 많은 연습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리허설에서 하나의 음도 소홀히 넘기지 않아서다.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각 악단이 지닌 개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해요. 모든 악단을 같은 방식으로 지휘해선 안 되죠. 각 악단의 소리를 예민하게 듣고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들의 특성을 100%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휘자의 명확한 지시와 강도 높은 훈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해요.”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지휘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발은 그에 대한 답으로 ‘작품에 담긴 진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해석해내는 능력’을 꼽았다. “작곡가는 우주의 기적이자 인류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이고, 지휘자는 그들의 창조물을 가지고 연주자들이 최고의 음악을 청중에게 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사람이에요. 작곡가와 연주자의 가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머리로는 작품의 함의를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강렬한 감정을 되새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인발은 인터뷰 내내 음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음악은 창조의 신비이자 인류의 희망이에요. 어떠한 경계,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죠. 언제나 인류가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음악은 제가 평생 경험한 모든 것 중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음악을 통해 인간 간의 사랑, 화합, 형제애를 굳건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음악을 떠올리지 않는 시간은 없느냐고 묻자 인발은 “예술을 빼놓고는 나의 삶을 논할 수 없다”고 답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문학, 과학, 철학 등 순수예술을 끊임없이 접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하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순간이 예술로 채워져 있는 셈이죠. 하하.”
인발은 이번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1905년’을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역사에서 ‘피의 일요일’로 기록된 1905년 혁명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폭정 속 자유를 위한 투쟁과 민중에 대한 존중,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BS교향악단과 최고의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아흔이 가까운 나이. 평생 음악을 동반자 삼아 살아온 인생이지만 여전히 그는 지휘하는 순간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인발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곡가의 창작 의도와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를 탐구하는 일은 매우 신비로운 작업”이라며 “악보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고, 이를 청중에게 전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인발은 어린 시절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지휘자로 발돋움할 기회는 텔아비브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 찾아왔다. 육군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부지휘자를 겸임하던 중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발탁되면서다. 그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인발은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수 악단에서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발은 엄격한 지휘자로 유명하다. 단원들에게 많은 연습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리허설에서 하나의 음도 소홀히 넘기지 않아서다.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각 악단이 지닌 개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해요. 모든 악단을 같은 방식으로 지휘해선 안 되죠. 각 악단의 소리를 예민하게 듣고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들의 특성을 100%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휘자의 명확한 지시와 강도 높은 훈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해요.”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지휘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발은 그에 대한 답으로 ‘작품에 담긴 진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해석해내는 능력’을 꼽았다. “작곡가는 우주의 기적이자 인류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이고, 지휘자는 그들의 창조물을 가지고 연주자들이 최고의 음악을 청중에게 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사람이에요. 작곡가와 연주자의 가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머리로는 작품의 함의를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강렬한 감정을 되새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인발은 인터뷰 내내 음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음악은 창조의 신비이자 인류의 희망이에요. 어떠한 경계,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죠. 언제나 인류가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음악은 제가 평생 경험한 모든 것 중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음악을 통해 인간 간의 사랑, 화합, 형제애를 굳건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음악을 떠올리지 않는 시간은 없느냐고 묻자 인발은 “예술을 빼놓고는 나의 삶을 논할 수 없다”고 답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문학, 과학, 철학 등 순수예술을 끊임없이 접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하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순간이 예술로 채워져 있는 셈이죠. 하하.”
인발은 이번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1905년’을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역사에서 ‘피의 일요일’로 기록된 1905년 혁명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폭정 속 자유를 위한 투쟁과 민중에 대한 존중,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BS교향악단과 최고의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