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전세 폐지론 관점에서 본 전세사기 대책의 문제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전세 폐지론 관점에서 본 전세사기 대책의 문제점](https://img.hankyung.com/photo/202302/0Q.32560553.1.jpg)
대한민국 주택전세 시스템은 이 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편되어야한다. 집값에 육박하는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정상적일 수 없다. 시세 파악이 정확치 않은 것은 물론,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도 있어 그 위험을 고스란히 임차인이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정상적인 전세제도가 수십 년간 대한민국에 지속되어 온 것은, 매우 적은 자기자본만으로 전세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통한 재산증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집값 보다 적은 보증금을 받고 임대하는 손해는 “집값상승”이라는 이익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 구조가 수십 년간 지속되다보니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동산투기가 만연되고 엄청난 집값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전세제도는 주택투기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는 무려 1,0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공식적인 가계부채 약 1,900조원과 합산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50%를 웃돌게 되어 주요국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런 과도한 부채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 가계과 국가경제 모두에 걷잡을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어,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급하게 줄여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정책은 이 점에 대한 근본 인식이 부족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전세보증금 대출을 용이하게 했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 보다 훨씬 쉽게 대출되도록 했고, 보증금대출에 대한 정부 공기관의 보증 역시 대폭 완화했다. 주거복지라는 이유이지만, 방향 자체가 잘못 되어진 것이다. 그 결과, 그렇지 않아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 전세제도 비중은 축소되기는커녕 대폭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천문학적인 전세사기범죄에 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이유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인 보증금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당국의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2월 2일에 발표된 전세사기 정부대책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역대급 보증금사고를 당한 뼈아픈 경험으로, 지금의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전세비중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대책이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이런 절박한 문제의식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단순한 미봉책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대책 중 하나인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를 일벌백계하는 소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역시, 전세사기에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지극히 평범한 대책일 뿐이다. 임대차시장의 주류가 월세 아닌 전세라면 보증금을 노리는 전세사기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고, 막대한 범죄수익 앞에서는 전문가라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만으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심전세 앱'을 통해 주변시세 파악하는 대책도, 거래가 많지 않은 빌라, 다세대의 경우 10-20% 정도의 시세는 얼마든지 조작가능하다는 점에서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앱을 통해서 마치 정확한 시세파악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