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도시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의 핵심 요인인 부동산시장 하강세를 반전하려는 시도다. 중앙정부가 지난해 말 공급 측면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방정부 차원에서 수요 확대 정책을 추가하고 있다.

7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춘제(설) 연휴가 끝난 이후 8개 2선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주담대 금리를 추가로 0.2~0.4%포인트 내려주는 정책을 내놨다. 중국은 인구와 경제력 등에 따라 도시 등급을 1선(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과 2선(성도급), 그 아래 3·4선으로 구분한다.

주담대 금리 추가 인하 정책은 지난해까지 주로 3·4선도시에서 시행했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았던 2선도시에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주택 매물이 쌓여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가운데 5년 만기 LPR을 주담대 기준으로 활용한다.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최우량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현재 5년 만기 LPR 금리는 연 4.3%다. 은행이 개별 고객에게 이보다 낮은 주담대 금리를 적용하려면 금융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5년 만기 LPR을 세 차례 내렸다. 1년 만기를 두 차례 인하했다. 또 5월에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0.2%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9월에는 집값이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면 첫 주택 구매자에게 추가로 주담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한시적 금리 인하 권한을 지방정부에 줬다. 이후 기준에 맞는 도시 35곳 중 20곳 이상이 인하 조치했다.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구도인 난닝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연 3.7%에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허난성 정저우, 광둥성 주하이는 연 3.8%를 적용한다. 푸젠성 푸저우와 샤먼, 랴오닝성 선양 등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했다.

2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200만위안(약 3억7000만원)을 빌린다고 하면, 금리가 연 4.1%면 월 1만2225위안씩을, 연 3.8%면 월 1만1910위안씩을 갚아야 한다. 이자 총액이 약 7만6000위안(약 1405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편 중국 인구 8위인 후베이성 우한은 도심 부동산규제지역 내의 집을 추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수요 진작 정책을 내놨다. 중국 1·2선도시는 대부분 투기 방지 차원에서 주택 추가 구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인구 1300만명의 우한이 이를 깨면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한은 2016년부터 지역 호구(호적) 보유자는 규제지역 내에 2채, 외부 호구는 2년 동안 사회보장비 및 납세 의무를 다해야 1채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자 지난해 5월에는 기존 보유자의 가족에게 추가 구매를 허용하고 외부 호구 보유자 의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 구매 규제를 더 완화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대책을 융자, 채권 발행, 주식 매각 등 세 방면에 걸쳐 발표했다. 부채비율에 따라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핵심 규제인 '3대 레드라인'의 적용을 유예했다. 회사채 신규 발행, 상장 부동산 기업의 증자 및 주식 매각도 허용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공급 측면에 몰려 있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는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정부의 최근 정책들은 수요 측면의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지난 1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3534억위안(약 64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5% 감소했다. 2021년 7월(-8.3%)부터 시작된 전년 동월 대비 감소 기록이 연속 19개월로 늘어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