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토큰증권에서 느껴지는 '비트코인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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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에 담기는 계약이 관건
흥분보다 차분한 혁신 준비할 때
서형교 증권부 기자
흥분보다 차분한 혁신 준비할 때
서형교 증권부 기자
“토큰증권(ST)은 기본적으로 증권 계약을 담는 그릇입니다. 지난 2~3년 동안 코인시장 열풍과 맞물려 (사람들이) ST를 엄청난 투자 기회라고 오해하진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지난 3일 열린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백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ST 합법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책의 기대 효과를 말하기에 앞서 우려를 먼저 꺼내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의 기대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ST는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증권이다. 업계가 주목한 것은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저작권,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까지 ST를 통해 유동화할 수 있다. 주식·채권 거래처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이들 자산의 일부를 사고팔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기대는 점점 부풀려졌다. 이달 초 여의도 증권가에는 ‘ST 합법화로 주식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돌았다. 전국 부동산 시가총액이 1경7788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하나에만 ST가 도입되더라도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ST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연이어 폭등했다. ST가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될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1년 말 시장을 휩쓸었던 대체불가능토큰(NFT) 광풍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ST는 기본적으로 증권의 발행 형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ST를 허용한 것을 두고 ‘음식을 새 그릇에 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릇’이 증권의 발행 형태라면 ‘음식’은 계약 내용이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음식이다. 삼성전자라는 주식이 실물증권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가 전자증권으로 바뀐다고 해서 가치가 뛰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다양한 조각투자 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조각투자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ST도 마찬가지다. 결국 음식(계약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 흥분하기보다 차분한 혁신을 준비할 때다. ST가 단순 투기 대상으로 변질된다면 시장은 ‘채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3일 열린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백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ST 합법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책의 기대 효과를 말하기에 앞서 우려를 먼저 꺼내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의 기대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ST는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증권이다. 업계가 주목한 것은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저작권,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까지 ST를 통해 유동화할 수 있다. 주식·채권 거래처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이들 자산의 일부를 사고팔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기대는 점점 부풀려졌다. 이달 초 여의도 증권가에는 ‘ST 합법화로 주식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돌았다. 전국 부동산 시가총액이 1경7788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하나에만 ST가 도입되더라도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ST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연이어 폭등했다. ST가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될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1년 말 시장을 휩쓸었던 대체불가능토큰(NFT) 광풍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ST는 기본적으로 증권의 발행 형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ST를 허용한 것을 두고 ‘음식을 새 그릇에 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릇’이 증권의 발행 형태라면 ‘음식’은 계약 내용이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음식이다. 삼성전자라는 주식이 실물증권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가 전자증권으로 바뀐다고 해서 가치가 뛰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다양한 조각투자 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조각투자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ST도 마찬가지다. 결국 음식(계약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 흥분하기보다 차분한 혁신을 준비할 때다. ST가 단순 투기 대상으로 변질된다면 시장은 ‘채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