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글로벌 석유 업체인 BP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후 고유가에 힘입어 114년 역사상 최대인 이익을 거뒀다.

BP는 작년 이익이 277억 달러(약 35조원)로 전년의 128억 달러의 두 배가 넘으며, 직전 최대 기록인 2008년의 260억 달러도 넘어섰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BP는 이익 급증에 힘입어 배당을 10% 늘리고 석 달간 자사주 27억5000만 달러어치 매입한다고 밝혔다.

브렌트유 가격은 러시아 침공 후 배럴 당 거의 128달러로 치솟았다가 80달러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 BP와 같은 석유 공룡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겼지만 가계와 기업은 에너지 요금 급등으로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계 기업 셸도 지난해 이익이 399억 달러로 전년보다 배 이상 늘면서 이전 기록인 2008년 31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은 557억 달러, 셰브론은 365억 달러의 이익을 발표했다.
BP 실적이 나온 후 영국에선 에너지 업체 횡재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업체 특별 이익에 대한 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면서 비율을 당초 25%로 정했다가 올해부터는 35%로 올리기로 했다.

다만 이는 영국 석유·가스 추출에서 얻은 이익에만 부과된다는 제한 조건이 있다.

BP는 지난해 영국 사업 이익에 대해 횡재세 7억 달러를 포함해 세금을 22억 달러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한 의원은 에너지 대기업들이 이렇게 ‘전쟁 횡재’를 했는데도 리시 수낵 총리가 적절한 횡재세 도입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TUC는 수백만명이 난방 비용을 대느라 고군분투하는데 BP는 웃고 있다고 비판하며 더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BP는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낮추면서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BP는 2030년까지 석유 가스 탄소배출을 35∼40% 줄인다고 했으나 20∼30%로 하향 조정 한다고 밝혔다.

석유·가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당 분야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