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단용 의약품 전문업체 란테우스가 기업 인수를 통해 알츠하이머 진단까지 영역 확장에 나선다.

란테우스는 써보테크놀로지를 인수한다고 6일(미국 시간) 밝혔다. 써보는 뇌 속 타우의 분포 및 축적량을 볼 수 있는 방사선 조영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금액을 포함한 거래의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란테우스의 써보 인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등의 등장으로 본격 개화할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승인 이후 알츠하이머 관련 임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아밀로이드베타 외에도 타우 등 다른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의 진단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써보의 선도 후보물질 'MK-6240'은 뇌속 타우 단백질을 진단하는 방사성 조영제다. 플루오르-18(F18) 표지자를 이용해 양전자방출촬영(PET)으로 타우 단백질의 축적 정도를 시각화할 수 있다. 타우를 표적하는 방사선 조영제로 FDA에서 승인받은 제품은 일라이릴리의 타우비드가 유일하다.

란테우스 관계자는 “MK-6240이 아직 임상개발 단계에 있지만 이미 60개 이상 학계 및 산업용 임상에서 16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에 쓰인 MK-6240은 향후 이들의 상업화 후에도 동반진단 의약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란테우스가 발빠르게 써보를 인수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방사성 의약품 전문업체인 퓨쳐켐의 길희섭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알츠하이머의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정도를 보여주는 제품은 시장에 여러 개가 있는 반면, 타우를 시각화할 있는 제품은 타우비드 외엔 없다”며 “써보를 인수함으로써 알츠하이머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 속 타우 단백질의 축적도를 통해 치매의 중증도를 가늠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 쌓이는 아밀로이드베타와 달리 타우는 병의 증상이 외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축적되기 시작한다. 중증도를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서는 우수하지만, 축적이 시작되는 시점이 아밀로이드베타 대비 늦기 때문에 조기진단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란테우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6억7190만달러(약 84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전립선암 동반진단 의약품 필라리파이의 매출이 3억6676만달러로 54.6%를 차지했다. 필라리파이의 매출은 미국에서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방사성 치료제 플루빅토의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당초 플루빅토를 위한 동반진단 의약품으로 로카메츠를 출시했다. 그러나 생산성이나 접근성 면에서 필라리파이가 더 앞선다는 평가다. 로카메츠는 병원마다 제네레이터(발전기)가 별도로 필요한 갈륨-68(Ga68)을 이용한다. 때문에 병원 규모나 환자 수에 따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필라리파이는 플루오르18(F18)을 기반으로 해 대량 생산이 쉽고, 반감기가 길어 일정 거리는 수송할 수 있다. 란테우스는 지난해 3월부터 노바티스와 협력계약을 맺고 동반진단용은 물론 플루빅토의 여러 임상에 필라리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퓨쳐켐과 듀켐바이오가 전립선암과 알츠하이머 진단을 위한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방사성 조영제는 짧은 반감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어렵다”며 “란테우스의 사업 확장이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