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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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올해 들어선 뒤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을 놓고 “새로운 강세장이 아닌 약세장 내에서 유동성이 주도하는 투기적 반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경기 연착륙과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긴축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증시를 끌어 올렸지만, 금리와 금값의 움직임에서 기대가 현실이 될 징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6일(현지시간) 내놓은 주간자료를 통해 모건스탠리는 연초 주식 시장의 흐름에 대해 “작년에 가장 큰 손실이 나타난 자산이 급등한 시장보다도 2~3배 더 오르는, 대규모 숏커버링 랠리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강세론자들은 이런 상황을 Fed가 고용, 성장, 기업이익을 적당히 억제하면서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인플레이션을 길들일 것이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로 정당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를 끌어 올린 기대가 근본적인 경제적 팩트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오히려 이 회사는 “소내판매, 제조 데이터, 최고경영자(CEO) 신뢰도에 대한 선행 경제지표는 악화되고 있었고, 작년 4분기 실적은 급격하게 둔화됐다”며 “경기 침체 지표는 하반기 성장의 반등에 의존하는, (현재 시장 상황이) 강세장이라는 주장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와 국채금리 사이의 괴리가 경기의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을 나타내고 있는 경제적 팩트로 꼽혔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작년 11월에 연 4.72%로 최고치를 찍은 뒤 최근 4.3%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0.25%포인트가 인상돼 4.50~4.75%인 미국 기준금리보다 2년물 국채금리가 더 낮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법적으로 정하는 초단기금리다. 기준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 사이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골디락스로 인한 경제 반등이 아닌 경착륙으로 끝나는 과도한 긴축의 신호”라며 “마찬가지로 장기채 금리도 단기채보다 높지 않다. 올해 들어선 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약 0.35%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곡선은 0.7%포인트 이상 역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사이의 역전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장의 경각심이 떨어졌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 증상으로 인식돼왔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급등한 점도 위험자산인 주식의 강세와는 상반되는 경제적 현상이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10월1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바닥권을 친 뒤 금값은 나스닥지수뿐만 아니라 S&P500지수보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1년만기 국채 신용부도스와프의 급격한 증가 등과 관련한 증가하는 위험으로부터 금값이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이 암시하는 것처럼 성장이 실제로 안정화되고나 반등하고 있다면 금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석유 시장에서도 미국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읽을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지목했다.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치솟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 강세론을 주장하는 진영에선 중국의 수요 증가를 미국의 수요 감소가 상쇄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가 나왔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수요 감소는 문제가 되지 않느냐”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주식시장과 경제적 팩트 사이에서) 어떤 것은 균형에 맞지 않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너무 높다”며 “국채의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고, 금값과 에너지 가격의 강세가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경기 연착륙 및 하반기 성장 반등 스토리를 확인시켜주는지 주목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 속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륙과 괜찮은 실적 달성 가능성을 가진 미 국채·지방채 및 투자 등급의 화사채, 배당 성장 주식을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