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이르면 다음달 3월 공유 계정 유료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넷플릭스 이용자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쏟아내는 데 반해 국내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 이용자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수년째 앞서나가는 상황. 통계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9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8.22%에 달했다. 2위 티빙의 점유율은 18.05%로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웨이브(14.37%)와 쿠팡플레이(11.8%)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의 공유 계정 유료화가 국내 OTT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퀀텀점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달 19일 실적 발표 당시 주주 서한을 통해 "올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에서 '계정 공유 요금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새 요금제는 동거 가족에 한해 계정 공유를 허용한다. 동일 IP가 아닐 경우 최대 2명까지 계정 공유를 허용하는데 인당 2~3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ID로 로그인할 경우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무분별한 계정 공유를 막는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프로필 이전 기능'은 공유 계정 유료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청 기록과 다운로드 목록 등이 저장된 개인 프로필을 새로운 계정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존에 계정을 공유하던 이용자가 새로 가입할 경우 자신의 정보를 옮기기 쉽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로 수익성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새로운 요금 체계에 반발하고 있다.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면 서비스를 해지하겠다는 격한 반응이 이어진다.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정 공유를 막으면 더 이상 넷플릭스를 보지 않을 생각", "돈을 내고 볼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지 않다", "유튜브나 다른 OTT 등 넷플릭스 대체재가 많다" 같은 비판이 나왔다.

반면 국내 OTT 업체들은 다소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규 고객을 유입할 기회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의 요금 정책 변화가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DSDI)이 지난해 11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OTT 업체들이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기존 가입자의 42.5%는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요금을 전혀 내지 않고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넷플릭스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추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서비스를 무료 이용하던 사람들이 빠지면 넷플릭스 콘텐츠의 화제성도 약해질 것이다. 이용자 이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국내 업체들에게는 분명한 기회"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넷플릭스의 계정 유료화 정책이 국내 OTT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인 경쟁 OTT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콘텐츠를 확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며 "넷플릭스의 비밀번호 공유 제한 정책이 경쟁 OTT에는 구독자를 늘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들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대거 쏟아내고 있다. 티빙은 이성민·이정은·유연석 주연의 '운수 오진 날', 신현수·임세미·문상민을 내세운 '방과후 전쟁활동', 서인국·박소담 주연의 '이재, 곧 죽습니다' 등 화려한 출연진을 앞세운 작품들을 준비 중이다. 웨이브는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PD와 협업해 '국가수사본부'를 선보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 게임2'도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