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눈밭에 홀로 선 나무…한폭 수묵화 같은 사진
마이클 케나의 사진 앞에 서면 생각을 잠시 멈추게 된다. 텅 빈 하늘과 나무 한 그루, 물안개와 흐릿한 하늘 사이의 숲. 지극히 단순한 구도의 흑백 풍경들은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그가 담은 대상은 또한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가 없는 시간, 긴 노출로 피사체를 찍어서 그렇다. 그의 렌즈를 통하면 작고 외로운 사물이 빛도 그림자도 없는 신비한 세계의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케나는 동서양을 오가며 이렇게 관람자에게 명상의 시간을 주는 듯한 풍경 사진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2011년 강원 삼척의 소나무 군락지를 찍은 ‘솔섬’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 ‘철학자의 나무’ 연작을 선보였다. 그의 사진으로 외딴 소나무 섬이 단번에 세계적 명소로 거듭나기도 했다. 풍경 사진 외에도 케나는 아시아의 사찰과 불상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했다. 그래서 작가는 영국 출신이지만 동양적 감수성을 깊이 간직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케나가 활동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한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II’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