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지난해 4분기에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소폭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회사인 북경한미가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다. 올해는 실적 성장과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개발에 따른 주가 상승동력(모멘텀)이 기대됐다.

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4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513억원, 영업이익 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고, 영업이익은 11.6% 감소했다. 컨센서스를 각각 3.2%와 5.5% 밑도는 수치다.

북경한미는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843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지만 전분기에 비해선 9.4% 줄었다. 영업이익은 43.3% 감소한 112억원이었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 임직원 대다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영업활동에 제한이 있었고, 이중항체 신약 임상 진입에 따른 비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투스펙티닙의 임상 1·2상 진행으로 북경한미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51억원에서 95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작년 4분기 별도 기준으로 한미약품은 매출 2669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9% 증가했다. 제품별 매출은 로수젯(고지혈증) 373억원, 아모잘탄 제품군(고혈압) 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5%와 1.5%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 실적은 기술료 수익이 없었음에도 로수젯 중심의 탄탄한 제품 판매로 수익을 냈다”며 “로수젯은 지난해 연간 매출 1403억원을 달성해, 2025년까지 2000억원의 연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수출 실적은 50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28.4% 늘어난 1584억원을 기록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에 출시한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의 원료 매출 인식과 계열사 제이브이엠의 호실적이 수출 성장의 바탕이 됐다”고 했다.
“한미약품,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하회…올해 성장 기대”
2023년에는 실적과 후보물질의 모멘텀이 모두 좋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안정적인 국내 원외처방 및 북경한미 제품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10% 내외의 외형 성장을 지속해왔다”며 “올해는 롤베돈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및 매출에 대한 기술사용료(로열티), 원액 공급 매출이 더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미국 협력사 스펙트럼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해 올해 롤베돈의 원료 매출을 80억원, 로열티는 56억원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이슈의 해소로 북경한미의 실적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12월부터 영업활동을 재개해 올 1분기엔 호실적을 낼 것이란 추정이다. 박병국 연구원은 “북경한미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 달성할 것”이라며 “북경한미는 올해 매출 목표치(가이던스)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언급했다”고 했다.

한미약품의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성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MSD에 기술이전한 듀얼아고니스트(GLP-1R/Glucagon)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대상 2b상에 진입할 것”이라며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트리플아고니스트(GLP-1R/Glucacon/GIP)의 NASH 대상 2상 결과는 오는 2분기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이 더뎠던 북경한미의 이중항체 후보물질 'BH3120'의 개발이 진행되며 연구개발에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국 연구원은 “듀얼아고니스트는 다음 임상으로 넘어가며 기술이전 매출이 일부 발생하고, 트리플아고니스트는 중간 결과 발표 후 기술수출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나증권은 한미약품이 2023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4042억원, 영업이익 1699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대비 각각 5.4%와 8.2% 증가한 수치다. 흥국증권은 매출 1조4993억원, 영업이익 2068억원을 예상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